암 치료를 받는 사람 가운데는 실제로 느끼는 것보다 통증을 가볍게 말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곁에 있던 가족은 나중에 '한 번도 아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기억하는데, 정작 그 시기의 기록을 보면 진통제 용량이 이미 오르내리고 있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통증을 줄여 말하는 일은 인내심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이유가 겹쳐서 생기고, 이유마다 진료실에서 풀리는 방식이 다릅니다.

첫째는 진통제, 특히 마약성 진통제(opioid)에 대한 오해입니다. '지금 쓰면 나중에 쓸 약이 없다', '중독된다', '이 약을 시작한다는 건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같은 생각이 흔합니다. 의료진의 처방과 관리 아래 통증 조절을 목적으로 사용할 때 중독으로 이어지는 일은 흔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고, 이 계열 약에는 일률적인 용량 상한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통증이 늘면 조정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다만 몸이 약에 익숙해지는 내성(tolerance)이나 갑자기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 의존(physical dependence)은 중독(addiction)과는 다른 현상이라는 점은 구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이 갈래의 걱정은 담당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내가 걱정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말로 꺼내는 순간 대부분 정리됩니다.

둘째는 가족 걱정입니다. 아픈 사람은 자신이 힘들다고 말하는 순간 가족이 무너질 것 같아 삼키고, 가족은 묻지 않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해 넘어갑니다. 셋째는 두려움입니다. 통증을 인정하면 병이 나빠졌다는 뜻이 될까 봐 말하지 못하는 경우인데, 실제로는 자세·수술 자리·근육 긴장·변비·대상포진처럼 병의 진행과 무관한 원인으로 생기는 통증도 많습니다. 넷째는 표현 도구가 없는 경우입니다. '그냥 아파요' 한마디로는 약을 바꿀지, 용량을 올릴지, 계열을 더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음 진료 전에 해 둘 일은 통증을 감정이 아니라 숫자와 시간으로 옮겨 적는 것입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강도를 0에서 10까지의 숫자로 적습니다(0은 통증 없음, 10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한 통증). 지금 점수 하나가 아니라 하루 중 가장 심했던 점수와 대체로 유지되는 평균 점수를 따로 적습니다. 둘째, 부위와 성질을 적습니다. 쑤신다·묵직하다·타는 듯하다·저릿하고 전기가 흐르는 것 같다처럼 표현이 다르면 쓰는 약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릿하고 화끈거리는 신경병증통증(neuropathic pain)에는 일반 진통제 외에 다른 계열을 함께 쓰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시간표를 적습니다. 몇 시에 심해지는지, 약을 먹고 몇 분 뒤에 어느 정도 줄었는지, 다음 복용 시간 전에 다시 아파지는지를 봅니다. 정해진 시간에 먹는 약으로 어느 정도 잡히다가 갑자기 치솟는 통증을 돌파통(breakthrough pain)이라고 부르며, 이때 쓰는 속효성 구조약을 하루 몇 번 썼는지가 기저 용량을 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넷째, 기능을 적습니다. 통증 때문에 밤에 몇 번 깼는지, 못 하게 된 일이 무엇인지(앉아 있기, 걷기, 씻기, 식사)를 적으면 숫자만으로 전해지지 않는 부분이 채워집니다. 사흘에서 이레 정도면 충분합니다.

진료실에서는 이 기록을 근거로 물어볼 수 있습니다. 기저 진통제의 용량을 올릴지 아니면 구조약 횟수를 늘릴지, 계열을 바꾸거나 더할지, 변비·졸림·구역 같은 부작용에는 무엇을 미리 준비할지(특히 변비는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함께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약 외에 신경차단술이나 통증 부위에 대한 방사선치료 같은 선택지가 있는지, 완화의료(palliative care) 팀과 함께 볼 수 있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면 한 번의 진료에서 다룰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집니다. 완화의료는 마지막 단계에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받는 동안 증상 관리를 위해 함께 가는 진료라는 점도 알아 두면 도움이 됩니다.

다음 진료를 기다리지 말고 의료진에게 바로 알려야 하는 신호도 있습니다. 늘 있던 통증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통증이 갑자기 생겼을 때, 등 통증과 함께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거나 소변·대변 조절이 어려워질 때, 열이 동반될 때, 평소 쓰던 약이 전혀 듣지 않을 때, 반대로 지나치게 졸리거나 숨이 얕아지고 깨우기 어려울 때가 그렇습니다.

가족의 자리도 있습니다. 말하지 않는 사람에게 '아프죠?'라고 확인을 구하기보다, 관찰한 것을 그대로 적어 두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얼굴을 찡그리는 횟수, 한 자세로만 누워 있는 시간, 식사량과 걸음 수가 줄어든 정도, 밤에 뒤척이는 시간 같은 것들입니다. 통증은 본인의 보고가 기준이지만, 본인이 축소해 말할 때 이 관찰 기록이 진료실에서 실마리가 됩니다. 그리고 아프다고 말하는 것은 약해지는 일이 아니라 치료의 한 부분이라는 말을, 아픈 사람에게 한 번은 소리 내어 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과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통증 약의 종류와 용량, 검사 시점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