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뒤 항암을 마치고 며칠에서 몇 주 사이, 정강이나 종아리처럼 몸의 아래쪽부터 붉은 점이 돋는 일은 드물지 않게 이야기됩니다. 그런데 같은 '붉은 점'이라도 원인은 하나가 아니고, 지켜봐도 되는 것과 바로 연락해야 하는 것이 섞여 있습니다. 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진료실에서만 확인되는 것을 미리 나눠 두면, 다음 외래까지의 며칠을 훨씬 덜 흔들리며 보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갈래는 피부 아래로 아주 조금씩 새어 나온 출혈입니다. 의학에서는 점상출혈(petechiae) 또는 자반(purpura)이라고 부르며, 혈소판(platelet) 수가 줄었거나 혈관벽이 약해졌을 때 잘 보입니다. 일부 항암제는 골수 기능을 눌러 혈소판을 떨어뜨리고, 그 영향은 마지막 투약이 끝난 뒤에도 얼마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갈래는 유리컵으로 눌러도 색이 옅어지지 않고, 가렵기보다는 그냥 피부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약이나 접촉 자극에 대한 발진입니다. 항암제만이 아니라 함께 쓰는 항생제, 진통제, 위장약, 최근에 바꾼 보충제까지 모두 후보가 됩니다. 이 갈래는 가려움이 앞서고, 손끝으로 만지면 살짝 도드라지며, 눌렀을 때 잠시 하얘졌다가 돌아오는 편입니다. 세 번째는 모낭염처럼 국소 감염이 생긴 경우로, 털구멍마다 하나씩 잡히거나 가운데가 노랗게 보이고 누르면 아픕니다. 네 번째는 중력과 순환의 문제입니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던 날 발목과 종아리 아래쪽부터 점이 늘어나는 양상은 정맥에 피가 머무는 자리와 겹칩니다.
먹는 항암제 계열에서 비교적 알려진 피부 반응은 손바닥과 발바닥이 붉어지고 붓고 저리며 갈라지는 수족증후군(hand-foot syndrome)인데, 이는 정강이에 흩어진 점과는 분포부터 다릅니다. 그래서 스스로 판단하려 애쓰기보다, 분포(어디에), 형태(점인지 판인지 물집인지), 감각(가려운지 아픈지 아무렇지 않은지), 시간(언제부터 얼마나 빨리 늘었는지) 네 가지를 적어 두는 편이 훨씬 쓸모 있습니다.
다음 외래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연락하는 편이 안전한 신호가 있습니다. 38도 이상의 열이 함께 있을 때, 점이 하루 이틀 사이 눈에 띄게 번질 때, 코피·잇몸 출혈·이유 없는 멍·검은 변·붉은 소변이 같이 있을 때, 입안이나 눈·성기 점막이 헐거나 물집이 잡힐 때, 피부가 아프고 껍질처럼 벗겨질 때, 한쪽 다리만 붓고 아플 때입니다. 특히 열과 점상출혈이 같이 있으면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대상이 아닙니다.
진료 전에 모아 둘 것은 순서로 정리해 두면 좋습니다. 첫째, 같은 부위를 매일 같은 조명에서 찍되 자나 동전을 옆에 놓아 크기를 남깁니다. 둘째, 투명한 유리컵 바닥으로 눌러 색이 사라지는지 확인하고 그대로 메모합니다. 셋째, 아침저녁 체온을 적습니다. 넷째, 가장 최근 혈액검사지에서 혈소판과 백혈구·호중구 수치를 날짜와 함께 옮겨 적습니다. 다섯째, 최근 4주 사이 새로 시작하거나 끊은 약과 보충제를 모두 적습니다. 여섯째, 마지막 항암 날짜와 회차를 적습니다. 일곱째, 그 무렵의 생활 변화(오래 서 있었는지, 새 세제나 옷, 벌레 물림, 뜨거운 목욕)를 덧붙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집에서는 무리하지 않는 선의 관리가 도움이 됩니다. 뜨거운 물로 오래 씻는 것과 긁는 것을 피하고, 보습제를 자주 바르고, 조이지 않는 옷을 입고, 다리를 심장보다 조금 높게 두는 정도입니다. 남아 있던 스테로이드 연고나 항히스타민제를 임의로 쓰기 시작하면 병변의 모양이 바뀌어 나중에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쓰기 전에 담당 의료진에게 한 번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진단이나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몸에 나타난 변화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