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과 항암 치료를 거치는 동안 식사량이 줄면, 병원에서 권한 경구영양보충음료(ONS, oral nutritional supplement)를 먼저 시도하게 됩니다. 그런데 특유의 단맛이나 향 때문에 몇 모금 만에 물리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 집에 있는 두유제조기로 생콩을 갈아 끓인 콩물을 잘 드신다면, 그것 자체는 반가운 신호입니다. 다만 '잘 드신다'와 '필요한 만큼 채워진다'는 서로 다른 이야기라서, 대체로 놓기 전에 네 가지를 갈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밀도가 다릅니다. 의료용 보충음료는 100mL당 열량과 단백질, 비타민·미네랄 함량이 규격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반면 집에서 만든 두유는 콩 몇 g에 물 몇 mL를 넣었는지에 따라 같은 한 컵이라도 내용이 크게 달라지고, 철분·비타민 D·B12 같은 성분은 따로 강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두유를 쓰기로 했다면 '몇 컵을 드셨나'보다 '콩 몇 g을 물 몇 mL로 갈았나'를 적어 두는 편이 실제 섭취량을 가늠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둘째, 가열이 충분했는지가 다릅니다. 생콩에는 가열하면 줄어드는 성분들(트립신 억제제, 렉틴 등)이 들어 있어, 덜 익은 콩물은 복통이나 설사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두유제조기는 대개 끓이는 단계를 포함하도록 만들어져 있지만, '거품이 넘쳤다'와 '설정된 가열 시간이 끝까지 유지됐다'는 다릅니다. 제조 모드를 임의로 줄이지 않는 것, 만든 뒤 실온에 오래 두지 않고 식혀서 냉장 보관하며 하루 안에 소진하는 것, 백혈구 수치가 낮은 시기에는 특히 보관 시간을 짧게 잡는 것이 기본입니다.

셋째, 빈혈과의 관계가 다릅니다. 반복적인 수혈이 필요할 정도의 빈혈은 출혈, 철·비타민 B12·엽산 부족, 항암제로 인한 골수 억제, 만성 질환 등 원인이 여러 갈래이고, 위나 장을 절제한 몸에서는 흡수 경로 자체가 달라져 있을 수 있습니다. 단백질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또한 콩에 들어 있는 피트산은 식물성 철분의 흡수를 낮추는 쪽으로 알려져 있어, 철분제를 복용 중이라면 콩물·차·커피와 시간대를 떼어 두는 것이 일반적인 권고입니다.

넷째, 장에서의 반응이 다릅니다. 수술 후 변비에는 수분 부족, 활동량 감소, 마약성 진통제, 철분제 등이 함께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콩에 든 올리고당은 사람에 따라 가스와 복부 팽만을 늘릴 수 있어, 두유 양을 갑자기 키우면 변비가 아니라 더부룩함이 먼저 올라오기도 합니다.

정리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①사흘간 드신 양을 콩 g·물 mL·마신 mL 단위로 기록합니다. ②하루 목표 단백질과 열량은 체중과 콩팥 기능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임의로 정하지 말고 담당 의료진이나 임상영양사에게 숫자로 받아 둡니다. ③외래나 입원 중에 영양 상담을 요청해, 맛·향·온도를 바꾼 다른 제품이나 분말형 단백질 보충 등 선택지를 확인합니다. ④두유를 계속 쓰기로 했다면 콩 비율을 조정하고, 달걀·두부·생선·살코기·유제품 같은 다른 단백질원을 소량씩 자주 곁들이는 쪽으로 배치합니다. ⑤철분제·수혈 일정과 음료 시간을 겹치지 않게 배치합니다. ⑥발열, 반복되는 구토, 삼킬 때 사레들림, 검은 변이나 혈변, 짧은 기간의 뚜렷한 체중 감소가 있으면 식단 조정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실제 식단과 영양 보충 방법은 진단명, 수술 범위, 콩팥·간 기능, 복용 중인 약에 따라 달라지므로 담당 의료진 및 임상영양사와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