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을 받고 나면 서랍 속 영양제를 한 번은 다시 꺼내 보게 됩니다. 어떤 통은 버렸는데 그 옆의 통 앞에서는 손이 멈춥니다. '강력한 항산화제는 암세포도 함께 지켜 줄 수 있다'는 문장은 환자 커뮤니티에서 자주 돌지만, 그 말이 어디에서 나왔고 어디까지 사람에게서 확인된 이야기인지는 잘 따라붙지 않습니다.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이 말이 서 있는 자리부터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말이 도는 이유: 여러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는 세포 안의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를 늘려 암세포의 DNA와 세포막을 망가뜨리는 경로를 이용합니다. 항산화제(antioxidant)는 이름 그대로 활성산소를 줄이는 물질이니, 고용량으로 겹쳐 쓰면 이론적으로 치료의 칼날을 무디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여기에, 흡연자에게 고용량 베타카로틴을 보충했더니 폐암 발생이 오히려 늘었던 대규모 연구처럼 '항산화제라서 안전하다'는 전제가 깨진 사례가 더해지면서 경계심이 커졌습니다.

다만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결과는 성분마다, 용량마다, 암종과 치료 방식마다 달랐습니다. 음식에 들어 있는 양과 캡슐로 농축한 고용량을 같은 축에 놓기 어렵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수가 적으며 결론도 엇갈립니다. 그래서 상당수 진료 현장에서는 '치료 기간 중 고용량 항산화 보충제를 일상적으로 권하지는 않는다'까지 말하되, '먹으면 암이 자란다'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확실하지 않다는 것과 위험이 증명됐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커큐민에는 항산화 말고 따로 볼 축이 있습니다: 커큐민(curcumin)은 그대로 먹으면 흡수가 매우 낮아, 시판 제품 상당수가 후추 유래 성분(피페린, piperine)이나 지질·나노 제형으로 흡수를 끌어올립니다. 문제는 흡수를 높이는 바로 그 장치가 간의 약물대사효소(CYP3A4 등)와 배출 단백(P-당단백, P-glycoprotein)에 영향을 주어, 함께 먹는 항암제나 표적치료제의 혈중 농도를 예상과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항응고제·항혈소판제를 쓰는 경우 출혈 경향, 담석이나 담도 질환이 있는 경우 담낭 수축 자극, 드물게 간수치 상승이 보고됩니다. 이 축들은 '항산화 논쟁'과는 별개로 확인해야 합니다.

종합비타민은 또 다른 칸입니다: 하루 권장량 언저리의 종합비타민과, 한 알에 권장량의 수십 배가 담긴 단일 성분 고용량 제품은 같은 이름으로 묶기 어렵습니다. 치료 중 흔한 비타민 D, 비타민 B12, 철, 엽산 부족은 짐작이 아니라 혈액검사로 확인하고 모자란 만큼만 채우는 것이 기본입니다. 결핍을 교정하는 일과 고용량으로 밀어 넣는 일은 목적이 다릅니다.

진료실로 가져갈 순서: 첫째, 버리기 전에 먹고 있던 제품의 라벨(원료명, 함량, 1일 섭취량)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둘째, 제품명이 아니라 성분과 하루 총 섭취량으로 목록을 만듭니다. 같은 성분이 여러 통에 겹쳐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셋째, 담당 의사나 병원 약사에게 '이번 치료 기간에 멈출 것, 유지해도 되는 것, 검사로 먼저 확인할 것'으로 나눠 달라고 요청합니다. 넷째, 임상시험에 참여 중이라면 프로토콜에서 제한하는 보충제가 따로 있으므로 연구간호사에게 먼저 묻습니다. 다섯째, 시작한 날과 끊은 날을 적어 두고, 이후 간기능 수치와 멍, 잇몸 출혈, 소화불량, 오른쪽 윗배 통증, 눈 흰자의 노란기 같은 변화를 함께 봅니다.

질문을 '먹느냐, 다 버리느냐'에서 '무엇을, 얼마나, 어느 시기에, 어떤 약과 함께'로 바꿔 놓으면 진료실에서 답을 받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이미 버린 것을 후회할 필요는 없고, 남은 것을 몰래 이어 먹을 이유도 없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보충제를 시작하거나 중단하기 전에 반드시 담당 의료진 또는 약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