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에는 창밖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매미가 울고, 선풍기와 실외기가 돌고, 창을 열어 둔 집이 많아 배경 소음이 하루 종일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귀에서 나는 소리가 시작되어도 한동안은 바깥 소리로 여기기 쉽습니다. 가늠해 볼 첫 번째 눈금은 단순합니다. 창을 닫고 선풍기를 끄고, 조용한 방에 1분쯤 가만히 앉아 보는 것입니다. 바깥 소리가 사라졌는데도 '삐-' 하는 소리나 '웅-' 하는 울림이 남는다면, 그것은 귀 안에서 만들어지는 소리, 즉 이명(tinnitus)일 수 있습니다.
암 치료를 받는 동안 귀에 변화가 생기는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귀지가 막히거나 감기 뒤 중이에 물이 차서 먹먹해지는 것처럼 소리가 전달되는 통로의 문제도 있고, 달팽이관과 신경 쪽이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자 가운데 약물과 관련된 것을 이독성(ototoxicity)이라고 부릅니다. 시스플라틴(cisplatin) 계열 항암제가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고, 일부 항생제(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고용량 이뇨제, 특정 진통제를 오래 많이 쓸 때도 함께 거론됩니다. 귀 주변에 방사선이 닿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살펴볼 항목이 됩니다.
약물과 관련된 청력 변화는 알아채기 어렵게 시작하는 편입니다. 대개 양쪽 귀에 오고, 사람 목소리보다 높은 음역(고주파)부터 조용히 줄어듭니다. 그래서 일상 대화는 그럭저럭 되는데 전자레인지 알림음이나 새소리가 예전 같지 않고,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말끝의 자음이 뭉개져 되묻는 일이 늘어납니다. 본인은 '주변이 시끄러워서'라고 넘기고, 옆 사람이 먼저 눈치채는 일도 흔합니다.
진료실에 가져갈 정보는 몇 줄이면 충분합니다. 언제부터인지, 한쪽인지 양쪽인지, 소리의 성질이 높은 '삐-'인지 낮은 '웅-'인지, 맥박에 맞춰 쿵쿵거리는지(박동성 이명은 확인하는 갈래가 다릅니다), 어지럼이나 걸을 때 휘청임이 함께 있는지, 최근 시작하거나 용량을 올린 약이 있는지입니다. 항암제 이름과 몇 차까지 받았는지, 입원 중 사용한 항생제나 이뇨제가 있었는지를 함께 적어 가면 판단이 빨라집니다.
확인 방법으로는 이비인후과 진찰과 순음청력검사(pure-tone audiometry)가 기본이고, 필요에 따라 더 높은 음역을 보는 검사가 더해지기도 합니다. 가능하다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이나 초반에 한 번 기준이 되는 검사를 받아 두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나중에 '나빠졌다'를 말하려면 비교할 처음 값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치료가 진행 중이라면, 지금 시점의 값을 남겨 두는 것만으로도 다음 비교의 기준이 됩니다.
몇 가지는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한쪽 귀가 갑자기 잘 안 들리기 시작한 경우, 심한 어지럼과 구토가 함께 오는 경우, 귀에서 진물이 나거나 열이 같이 오르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스스로 판단해 항암 주사를 건너뛰거나 약을 끊는 일은 권하지 않습니다. 용량을 조절할지, 약을 바꿀지, 그대로 갈지는 치료 목표와 이득·위험을 함께 놓고 담당 의료진이 정합니다. 여름에는 탈수와 수면 부족, 카페인, 시끄러운 환경이 이명을 실제보다 더 크게 느끼게 만들 수 있으니 수분·수면·소음 노출도 함께 살펴 두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이며 개별 진단이나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치료 계획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실제 판단과 결정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