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루를 되돌린 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하루에 여러 번 화장실을 오가는 일이 이어지면, 대부분은 횟수부터 센다. 아침에 두 번, 오후에 두어 번, 자정을 넘겨 또 한두 번. 숫자가 줄지 않으면 회복이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직장 아래쪽을 절제하고 이어 붙인 몸에서 배변은 '몇 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여덟 번이라도 한 번에 끝나는 여덟 번과 30분 사이에 조각조각 나뉘는 여덟 번은 몸과 하루에 남기는 부담이 전혀 다르다.
직장을 낮은 위치에서 절제하고 문합한 뒤 남는 배변 관련 증상들을 묶어 저위전방절제증후군(low anterior resection syndrome, LARS)이라고 부른다. 잦은 배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몰아서 나오는 군집배변(clustering), 참기 어려운 급박감(urgency), 잔변감, 가스인지 변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느낌, 지림이나 실금이 여기에 들어간다. 변을 모아 두던 직장의 저장 공간이 줄고, 배변 반사와 항문 주변 감각이 함께 달라진 결과로 설명된다. 수술 전후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거나 문합 위치가 항문에 가까울수록 증상이 오래 남는 경향이 알려져 있다. 여러 해에 걸쳐 서서히 나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1~2년쯤 되면 변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는 구간에 들어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시점부터 일지의 쓰임은 '좋아지기를 기다리며 세는 기록'에서 '지금 상태를 다루기 위한 자료'로 옮겨 간다.
그래서 기록의 칸을 조금 넓혀 두면 도움이 된다. 횟수 옆에 함께 적어 둘 만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변의 형태다. 브리스톨 대변 형태 척도(Bristol Stool Form Scale, 1~7형)처럼 이미 있는 기준을 쓰면 진료실에서 말이 빨리 통한다. 둘째, 급박감의 정도다. 신호가 온 뒤 몇 분을 참을 수 있었는지, 화장실을 찾지 못해 곤란했던 적이 있는지. 셋째, 지림·실금과 패드 사용 여부. 넷째, 가스와 변을 구별할 수 있었는지. 다섯째, 야간 배변 횟수와 그로 인해 잠이 끊긴 횟수. 여섯째, 식사와 배변 사이의 간격, 그리고 외출·장거리 이동·식사 시간이 흐트러진 날의 표시다. 2주 정도만 이렇게 적어도 패턴은 드러난다.
진료실에는 원본을 통째로 들고 가기보다 요약을 만들어 가는 편이 낫다. 하루 평균 횟수, 군집으로 몰리는 시간대, 야간 배변 횟수, 급박감으로 곤란했던 날의 빈도, 가장 나빴던 날과 평범한 날을 각각 한 줄로 정리해 두는 식이다. 의료진에 따라 LARS 증상을 다섯 문항으로 점수화하는 설문을 쓰기도 하는데, 이런 도구는 '많이 힘들다'는 말을 비교 가능한 숫자로 바꿔 준다. 진료 시간이 짧을수록 이런 정리가 대화의 출발점을 앞당긴다.
안정된 패턴이 있다는 것의 또 다른 쓸모는, 거기서 벗어나는 순간을 알아채는 데 있다. 혈변이나 점액이 새로 보일 때, 변 굵기가 눈에 띄게 가늘어질 때(문합부 협착 가능성), 발열이나 심한 복통이 동반될 때,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가 있을 때, 안정기였는데 야간 배변이나 실금이 갑자기 늘 때는 다음 예약을 기다리기보다 연락해 확인하는 편이 낫다. 이런 변화는 '평소'라는 기준선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한편 대장내시경·영상검사 같은 정기 추적 일정은 증상과는 별개의 시계로 돌아가므로, 증상이 편안하다고 해서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증상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조절을 시도해 볼 대상이라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식사 내용과 시간의 조정, 수분과 식이섬유의 종류, 배변 조절에 쓰는 약의 복용 시점 조정, 골반저 근육 운동과 바이오피드백, 경우에 따라 경항문 세척(transanal irrigation) 같은 방법이 알려져 있다. 다만 어떤 방법이 맞는지는 문합 위치, 방사선 치료 여부, 항문 괄약근 기능, 동반 질환에 따라 달라지므로 스스로 약을 늘리거나 줄이기 전에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화장실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다니는 생활, 외출이 줄어드는 일, 끊기는 잠은 말하기 어려워 넘어가기 쉬운 부분이지만, 진료실에서 다뤄 볼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의 원인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실제 판단과 치료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