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를 여러 차례 이어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 "이번 회차부터는 용량을 조금 줄여서 가 봅시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일흔이 넘은 어르신에게는 드물지 않은 조정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가족의 마음에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약을 20~30% 줄이면 효과도 그만큼 깎이는 것은 아닐까, 혹시 약이 듣지 않기 시작해서(내성) 어쩔 수 없이 줄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입니다.

먼저 갈라 둘 것이 있습니다. 용량을 줄이는 일과 약이 듣지 않게 되는 일은 서로 다른 사건이고, 판단하는 근거 자료부터 다릅니다. 감량은 대개 '몸이 약을 얼마나 견디고 있는가'를 보고 정합니다. 손발 저림이나 시림 같은 말초신경 증상, 설사, 손발증후군, 구내염, 백혈구·혈소판 수치의 회복 속도, 체중과 기력의 변화처럼 회차를 거듭하며 쌓이는 부작용이 재료가 됩니다. 반면 내성이나 진행은 '종양 쪽의 변화'를 보고 판단합니다. 영상 검사에서 병변의 크기와 개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종양표지자의 흐름이 어느 방향인지가 근거입니다. 그래서 부작용 때문에 용량을 낮춘 것과, 병이 약을 피해 가기 시작한 것은 같은 진료실에서 나온 말이라도 성격이 다릅니다.

고령에서 치료 강도를 정하는 기준은 주민등록상의 숫자가 아닙니다. 국내외 진료 현장에서는 나이 대신 '기능 상태'를 봅니다. 혼자 씻고 옷을 입고 외출할 수 있는지(일상생활수행능력), 당뇨·심장질환·신장기능 같은 동반질환이 어느 정도인지, 최근 반년 사이 체중이 얼마나 빠졌는지, 근육량과 보행 속도는 어떤지, 인지기능과 우울 여부는 어떤지를 함께 봅니다. 이런 항목을 묶어 살피는 것을 노인포괄평가(comprehensive geriatric assessment)라고 하고, 짧게 걸러 보는 도구로 G8 같은 선별 문항을 쓰기도 합니다. 같은 79세라도 매일 걷고 식사량이 유지되는 분과, 최근 석 달 사이 체중이 크게 준 분은 처음부터 다른 강도로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안전합니다.

여기서 '상대적 용량강도(relative dose intensity)'라는 개념이 도움이 됩니다. 항암은 한 번에 얼마나 세게 넣었느냐보다, 계획한 기간 동안 끊기지 않고 얼마나 이어졌느냐가 결과와 함께 갑니다. 100%로 시작했다가 심한 부작용으로 두세 번 미뤄지고 결국 중단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몸에 맞게 낮춰 잡아 정해진 날짜에 밀리지 않고 완주하는 편이 실제 누적 용량은 더 많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번도 치료가 밀리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는 지표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감량은 치료를 줄이는 선택이라기보다, 치료를 오래 이어가기 위한 설계 변경에 가깝습니다.

영상 결과를 가족을 통해 전해 듣는 상황도 흔합니다. '깨끗하다'는 말은 위로가 되지만, 다음 진료에서는 판독지에 적힌 표현을 직접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남아 있는 병변이 없다는 뜻인지, 이전과 견주어 변화가 없다는 뜻인지, 줄어들었다는 뜻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계획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복막 쪽 병변은 얇게 퍼지는 형태라 영상만으로 모두 잡히지 않을 수 있어, 증상·체중·표지자 흐름을 함께 놓고 봅니다.

용량을 줄인 뒤에도 집에서 기록해 두면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아침 같은 시간·같은 옷차림으로 잰 체중, 하루 걸음 수, 식사량, 배변 횟수 정도면 충분합니다. 기력이 떨어지는 느낌은 항암 자체 말고도 빈혈, 갑상선기능 저하, 단백질 섭취 부족, 수면 문제, 우울에서 올 수 있고 이 중 상당수는 확인해서 다룰 수 있는 항목입니다. 반대로 배가 눈에 띄게 단단해지거나 둘레가 빠르게 늘 때, 구토가 반복되고 가스나 대변이 나오지 않을 때, 열이 나거나 소변량이 줄 때는 다음 외래를 기다리지 말고 담당 팀에 연락하는 것이 맞습니다. 부작용이 회복되면 용량을 다시 올려 보기도 하지만, 이는 혈액검사와 진찰을 근거로 의료진이 정하는 일이며 환자나 보호자가 임의로 알약 수를 조절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용량 조정, 검사 결과의 해석, 증상 대처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