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주기 사이에 환우 모임의 공동구매 목록을 훑다 보면, 장이 예민해진 분에게는 유산균이, 입안이 헐어 밥을 못 넘기는 분에게는 비타민 B군이 풍부하다는 맥주효모가 눈에 들어옵니다. 값도 크지 않고 '약이 아니라 식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장바구니에 담기는 쉽지만, 결제 직전에 손이 멈추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치료 중인 몸은 평소의 몸과 다르고, 같은 제품이 어떤 시기에는 도움이 되고 어떤 시기에는 피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알아 둘 점은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가 '살아 있는 미생물'을 먹는 제품이라는 사실입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대체로 안전하게 여겨지지만, 백혈구 중 호중구가 크게 줄어든 시기(호중구감소증, neutropenia), 케모포트나 중심정맥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 조혈모세포이식 전후, 중증 점막 손상으로 장 점막이 헐어 있는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드물지만 유산균이나 효모가 혈액으로 넘어가 균혈증(bacteremia)·진균혈증(fungemia)을 일으킨 사례 보고가 있어, 많은 치료 기관은 이 시기에 살아 있는 균 제품을 권하지 않거나 중단하도록 안내합니다. 실제 판단은 혈액검사 수치와 지금 받는 치료의 종류에 따라 갈리므로, '먹어도 되는지'가 아니라 '이번 주기의 어느 구간에서는 쉬어야 하는지'를 담당 의료진에게 묻는 편이 훨씬 답을 받기 쉽습니다.

맥주효모도 비슷한 결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름 그대로 효모(yeast)에서 온 원료인데, 열처리로 균을 죽인 비활성 형태와 살아 있는 효모를 그대로 쓰는 형태가 시장에 함께 있습니다. 비활성 제품은 사실상 단백질·비타민 B군 보충의 성격이 강하고, 살아 있는 효모 제품은 위에서 말한 면역저하 시기의 주의 대상에 더 가깝습니다. 제품 뒷면의 원료명과 제조 방식 표기를 확인하고, 애매하면 사진을 찍어 진료실에서 보여 주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표시를 읽는 법도 알아 두면 헛돈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은 별도의 인증을 받은 범주여서 포장에 인증 도안과 함께 기능성 내용, 하루 섭취량, 기능성 원료의 함량이 적혀 있습니다. 반면 같은 원료로 만들었더라도 '기타가공품'으로 신고된 제품은 기능성을 표시할 수 없고, 원료가 얼마나 들었는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대용량 포대로 싸게 유통되는 제품 중에는 애초에 식품첨가물용이나 사료용으로 수입된 것이 섞여 있으므로, 가격이 유난히 낮을 때는 표시 사항을 먼저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유산균이라면 균수(CFU)와 보장 시점(제조 시점인지 유통기한까지인지), 프리바이오틱스 함유 여부도 함께 봅니다.

보충제는 '더하는 것'이라 부작용이 없다고 느껴지지만, 치료와 부딪히는 자리도 있습니다. 고용량 비타민 B6는 오래 복용할 때 오히려 손발 저림 같은 말초신경 증상과 관련될 수 있고, 고용량 항산화제는 항암·방사선의 작용과 이론적으로 상충한다는 논의가 남아 있습니다. 세인트존스워트나 자몽 성분은 약물 대사에 관여해 항암제 혈중 농도를 바꿀 수 있으며, 항응고제를 쓰는 분은 비타민 K나 일부 생약 성분에 특히 민감합니다. 간·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임상시험에 참여 중이라면 아예 금지 목록에 들어가는 성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복용 목록을 적을 때는 처방약만 쓰지 말고 건강기능식품·한약·차·분말까지 한 장에 함께 적어 가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지금 증상의 원인을 먼저 확인합니다. 설사나 구내염은 원인에 따라 대처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보충제로 덮기 전에 감염이나 약 부작용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지금 주기에서 살아 있는 균·효모를 피해야 하는 구간인지 의료진에게 확인합니다. 셋째, 살 제품의 표시(건강기능식품 여부, 원료·함량, 균수, 제조 방식)를 사진으로 남기고, 다음 외래에 그 사진을 가져갑니다. 넷째, 근거가 불분명한 고가 기기나 특수 음료에 마음이 기울 때는 '어떤 사람에게, 어떤 결과가, 어떻게 비교되어 확인되었는지'를 한 번 물어봅니다. 이 질문에 답이 없으면 대개 답이 없는 제품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진료나 처방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복용 중이거나 구매를 고민하는 보충제가 있다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약사와 상의해 본인의 치료 단계와 검사 결과에 맞는 판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