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약통 칸을 채우다 보면, 처방약 사이로 영양제가 하나둘 늘어 어느새 여덟 알, 열 알이 되어 있습니다. 가족이 챙겨 준 것, 검진에서 부족하다고 들은 것, 방송이나 모임에서 좋다고 한 것이 섞이면 무엇을 왜 먹고 있었는지 흐려집니다. 영양제가 실제로 필요한 사람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먹어야 하나, 안 먹어도 되나'를 다투기 전에 정리해 두면 좋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 손에 든 알약들이 서로 어떤 성분을 겹치고 있고, 그 성분이 몸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입니다.
첫 단계는 상표 이름 대신 성분표를 읽는 일입니다. 건강기능식품 표시에는 1일 섭취량과 함께 성분별 함량, 그리고 '% 영양성분 기준치'가 적혀 있습니다. 종합비타민 한 알에 이미 아연·비타민D·엽산이 들어 있는데 단일 제품을 따로 더 먹고 있다면, 같은 성분이 두 배, 세 배로 쌓입니다. 특히 종합비타민, 눈 건강 제품, 뼈 건강 제품, 단백질 보충 분말은 성분이 서로 많이 겹치는 조합입니다. 병을 늘어놓고 성분 이름을 종이에 옮겨 적어 보면 중복은 대개 금방 드러납니다.
겹침이 문제가 되는 정도는 성분의 성질에 따라 다릅니다. 비타민B군이나 비타민C처럼 물에 녹는 성분은 남는 양이 상당 부분 소변으로 나가지만, 그렇다고 어떤 양이든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비타민A·D·E·K처럼 기름에 녹는 성분과 철, 아연, 셀레늄 같은 미네랄은 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오래 많이 먹으면 쌓입니다. 영양소에는 부작용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최대치를 뜻하는 상한섭취량(Tolerable Upper Intake Level)이 정해져 있고, 중복 섭취로 이 선을 넘으면 두통·구역·간수치 변화·감각 이상 같은 문제가 보고됩니다. '부족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앞설 때 가장 넘기 쉬운 선입니다.
치료를 받는 중이라면 여기에 약물 상호작용(drug interaction)이라는 축이 하나 더 붙습니다. 어떤 성분은 간에서 약을 분해하는 효소(CYP450)에 관여해 항암제·표적치료제·면역억제제의 혈중 농도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습니다. 세인트존스워트(St. John's wort)가 대표적인 주의 대상이고, 은행잎 추출물이나 고용량 오메가3, 비타민E는 출혈 위험과 함께 이야기됩니다. 비타민K가 든 제품은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anticoagulant)의 효과를 흔들 수 있습니다. 서로 흡수를 방해하는 조합도 있습니다. 칼슘·철·마그네슘·아연은 갑상선호르몬제, 일부 항생제, 일부 먹는 표적치료제와 시간 간격을 두라는 안내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몽 주스로 알약을 넘기지 말라는 안내도 같은 이유에서 나옵니다.
또 하나 자주 놓치는 것은 간입니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간수치 상승 앞에서는 처방약뿐 아니라 영양제·건강기능식품·한약·즙·환도 함께 검토 대상이 됩니다(supplement-induced liver injury). 특히 여러 식물 추출물이 한 알에 섞인 제품, 함량이 큰 제품, 최근 새로 시작한 제품이 먼저 확인됩니다. 그래서 새 제품을 시작할 때는 여러 개를 한꺼번에 올리지 않고 하나씩, 시작한 날짜를 적어 두는 편이 나중에 원인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진료실에서 쓸 수 있는 준비는 단순합니다. 먹고 있는 모든 제품의 성분표 부분을 휴대폰으로 찍어 두고, 하루 몇 알을 언제 먹는지 함께 적어 갑니다. 수술·시술·조직검사, 항암 시작이나 방사선치료 일정이 잡혔다면 미리 중단해야 할 것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고용량 항산화제처럼 치료 시기와 겹칠 때 판단이 갈리는 성분은 스스로 정하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맞춰야 합니다. 반대로 혈액검사에서 실제 부족이 확인된 성분은 필요한 용량으로 채우는 일이 치료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합니다. 영양제를 '몸에 좋은 것'이 아니라 '용량과 시간이 있는 것'으로 바꿔 보는 것이 첫 걸음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복용 중인 영양제의 종류와 용량 조절, 중단 여부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 또는 약사와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