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판독지에 '소량의 복수(ascites)'라는 문장이 적혀 있으면, 그 한 줄이 앞날 전체를 정해 버린 말처럼 읽힙니다. 설명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눈물이 먼저 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복수는 그 자체로 완결된 진단명이라기보다, 배 안에서 어떤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그 신호가 어디에서 왔느냐에 따라 이어지는 계획이 달라지기 때문에, 의료진은 '물이 찼다'는 사실보다 '왜, 얼마나, 어떤 성질로 찼는가'를 먼저 확인합니다.

원래 배 안에는 장기들이 서로 부드럽게 미끄러지도록 아주 적은 양의 액체가 늘 있습니다. 이 액체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그만큼 흡수되는데, 만들어지는 양이 늘거나 빠져나가는 길이 좁아지면 남은 만큼 고이게 됩니다. 그래서 복수는 '새어 나오는 쪽'과 '빠져나가는 쪽' 두 가지를 함께 보아야 설명이 됩니다.

고이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간 기능이 떨어지거나 간으로 들어가는 혈관의 압력이 올라가면(문맥압항진, portal hypertension) 혈관 밖으로 물이 밀려 나옵니다. 먹는 양이 줄고 염증이 오래가면서 혈액 속 알부민(albumin)이 낮아지면, 물을 혈관 안에 붙잡아 두는 힘이 약해집니다. 복막에 암세포가 퍼진 경우(복막파종, peritoneal carcinomatosis)에는 복막의 미세혈관이 잘 새고 흡수도 방해받습니다. 림프가 지나는 길이 눌리거나 막혀도 고이며, 심장·콩팥 기능 저하나 감염, 때로는 사용 중인 약과 관련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복수가 보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병이 크게 진행했다'는 뜻이 자동으로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가볍게 넘겨도 된다는 뜻도 아니어서, 원인을 가려 보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대개 순서가 있습니다. 초음파(ultrasound)는 적은 양의 액체도 비교적 잘 보이고 반복해서 볼 수 있어 흐름을 따라가기에 좋습니다. CT는 양과 함께 복막·장간막의 변화, 장의 상태를 같이 살핍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복수천자(paracentesis)로 액체 일부를 뽑아, 암세포가 섞여 있는지 보는 세포검사(cytology), 단백질과 알부민 수치, 혈청과 복수의 알부민 차이(SAAG), 백혈구 수, 세균 배양검사를 함께 냅니다. 이 값들은 '압력 때문에 밀려 나온 물'인지 '복막 자체의 문제로 생긴 물'인지를 가르는 데 쓰입니다. 세포검사는 한 번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다시 뽑자는 이야기가 실패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집에서 볼 수 있는 눈금도 있습니다. 아침에 화장실을 다녀온 뒤 같은 옷차림으로 재는 체중, 배꼽 높이에 펜으로 표시를 남기고 같은 자리에서 줄자로 재는 배둘레, 하루 소변 횟수와 대략의 양, 발등이나 정강이를 몇 초 눌렀을 때 자국이 남는지, 평지를 걸을 때와 누웠을 때의 숨참 정도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루치 숫자가 아니라 방향과 속도입니다. 며칠 사이 체중이 2~3kg 늘거나, 늘 맞던 바지와 벨트가 갑자기 조이거나, 눕기 힘들어 등을 세우고 자게 되는 변화는 다음 외래를 기다리지 말고 알릴 만한 신호입니다.

치료 방향은 원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신치료가 반응하면 복수도 함께 줄어드는 경우가 있고, 그와 별개로 증상을 덜기 위한 방법들이 함께 쓰입니다. 흔히 조절하는 것은 소금(나트륨) 섭취이고, 이뇨제(diuretics)를 성격이 다른 두 가지로 조합하기도 하며, 양이 많아 숨이 차면 천자로 빼내고, 자주 반복되면 관을 넣어 두고 조금씩 빼는 방법을 상의하기도 합니다. 알부민을 정맥으로 보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 맞는지는 원인·간과 콩팥 기능·전해질 수치에 따라 갈립니다. 물을 무조건 적게 마시는 것이 늘 정답은 아니고, 혈액 속 나트륨 수치에 따라 권고가 달라집니다. 남은 이뇨제를 스스로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탈수와 콩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권하지 않습니다.

바로 연락하거나 응급실을 고려할 신호도 미리 적어 두면 좋습니다. 38도 이상의 열, 배 전체가 아프고 누를 때 더 아픈 경우, 갑자기 배가 단단해지고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복수에 세균 감염이 생기는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SBP를 살펴야 합니다),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우, 졸음이 심해지거나 말이 어긋나고 사람을 못 알아보는 경우, 숨참이 심해져 앉아야만 견디는 경우, 구토와 함께 방귀와 배변이 멈춘 경우, 천자한 자리에서 액체가 계속 새거나 피가 비치는 경우입니다.

결과지를 받고 한참 울었다면, 그건 상황을 정확히 알아들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울고 난 뒤에는 질문 서너 개만 종이에 남겨 두시면 다음 진료가 조금 덜 막막합니다. 이 복수가 어디에서 왔다고 보는지, 액체를 뽑아 검사할 계획이 있는지, 지금 하던 치료 계획이 바뀌는지, 이뇨제를 시작한다면 언제 혈액검사를 다시 하고 어떤 증상에서 연락해야 하는지 — 이 네 가지면 충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개인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복수의 원인과 필요한 검사, 치료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