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나 완화의료 병동에서 통증을 잡기 위해 쓰는 오피오이드(opioid, 모르핀 계열) 용량이 올라간 뒤, 환자분이 하루 종일 주무시고 이름을 불러도 짧은 소리만 낼 때 가족은 두 가지 걱정 사이에 서게 됩니다. 약이 너무 세서 의식을 덮어 버린 것인지, 아니면 병 자체가 그만큼 진행한 것인지입니다. 실제로는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어느 쪽 몫이 큰지는 며칠에 걸친 관찰과 몇 가지 확인으로 가려 봅니다.
먼저 약의 몫입니다. 오피오이드는 용량을 올린 직후 며칠 동안 졸음(sedation)을 비교적 흔하게 일으킵니다. 이 졸음에는 대개 내성이 생겨 이삼 일이 지나면서 깨어 있는 시간이 조금씩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 때문에 며칠 잠을 못 이루던 분이라면, 통증이 풀리면서 밀린 잠을 몰아 자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불안이나 안절부절을 줄이려고 함께 쓰는 진정 계열 약(벤조디아제핀 등)이 더해지면 두 약의 졸음이 겹쳐 훨씬 깊어집니다. 그래서 '모르핀 용량'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최근 며칠 사이 추가되거나 바뀐 약 전체를 함께 봐야 합니다.
몸의 몫도 있습니다. 진행기에는 콩팥과 간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약과 그 대사물이 몸에 오래 머뭅니다. 특히 모르핀은 콩팥으로 빠져나가는 대사물이 쌓이면 같은 용량에도 더 처지고, 근육이 툭툭 튀는 근간대경련(myoclonus)이나 혼란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 밖에 감염, 탈수, 혈중 칼슘이 높아지는 고칼슘혈증(hypercalcemia), 산소포화도 저하, 간기능 악화로 인한 뇌증, 뇌 전이 같은 원인도 의식을 흐리게 만듭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간단한 혈액검사나 진찰로 확인할 수 있고, 일부는 되돌릴 여지가 있습니다.
자주 놓치는 또 하나가 저활동성 섬망(hypoactive delirium)입니다. 섬망이라고 하면 흔히 소리를 지르고 일어나려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반대로 조용히 처져서 반응이 줄고 말이 사라지는 형태도 섬망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약을 무조건 줄이기보다 원인을 찾고, 오피오이드 종류를 바꾸거나(오피오이드 로테이션) 용량을 다시 맞추고, 수분과 전해질을 조정하는 방법을 함께 검토합니다.
시간의 결을 보면 단서가 잡힙니다. 용량을 올린 그날이나 다음 날 갑자기 처졌다가 이후 며칠에 걸쳐 조금씩 각성이 돌아오는 흐름이면 약의 영향이 큰 쪽입니다. 반대로 용량 변화와 관계없이 여러 날에 걸쳐 서서히 깨어 있는 시간이 줄고, 여기에 식사량과 소변량이 함께 줄거나 손발이 차가워지고 호흡의 리듬이 달라진다면 병의 경과에 가까운 그림입니다. 두 흐름이 섞여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우…', '어…' 하는 소리는 무엇일까요. 말이 나오지 않는 상태가 곧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라는 뜻은 아닙니다. 임종기에도 청각과 곁에 누가 있다는 감각은 비교적 늦게까지 남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다만 그 소리가 반가움의 표현일 수도, 통증이나 불편의 비언어적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말로 아프다고 하지 못하는 분에게는 표정을 찡그리는지, 몸이 굳는지, 체위를 바꾸거나 기저귀를 갈 때 유독 소리가 커지는지를 봅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소리가 나는지 짧게 적어 두었다가 회진 때 전하면, 진통제를 더 올릴지 말지 판단하는 데 실제로 쓰입니다.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구체적입니다. 하루 중 그나마 눈을 뜨고 반응하는 시간대가 언제인지 며칠만 기록해 보면 면회와 대화를 그 시간에 맞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료 목표를 말로 전할 수 있습니다. 완화의료에서는 '통증을 얼마나 낮출 것인가'와 '얼마나 깨어 있게 할 것인가' 사이에서 균형을 잡습니다. 가족이 '통증은 잡되 가능하면 짧게라도 대화할 수 있는 정도를 바란다'고 말하면 그것은 조절 가능한 목표로 다뤄집니다. 다만 임의로 약을 거르거나 줄이면 통증이 되돌아와 더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함께 해야 합니다.
회진 때 물어볼 만한 것들을 정리해 두면 3분이 덜 아깝습니다. 첫째, 최근 며칠 사이 추가되거나 바뀐 약이 무엇인지. 둘째, 지금 상태를 약에 의한 진정으로 보는지, 섬망으로 보는지, 병의 진행으로 보는지. 셋째, 되돌릴 수 있는 원인(감염, 고칼슘혈증, 탈수, 콩팥 기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지. 넷째, 오피오이드 종류를 바꾸거나 용량을 다시 맞춰 각성을 조금 올려 볼 여지가 있는지. 다섯째, 지금의 깊은 잠이 증상 조절을 위해 의도한 '완화적 진정(palliative sedation)'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그 목표와 동의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오해 하나. 통증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절한 오피오이드가 수명을 앞당긴다는 근거는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통증과 호흡곤란을 방치하는 편이 몸에 더 부담이 됩니다. 다만 호흡수가 뚜렷하게 느려지거나 얕아질 때, 입술이 파래질 때, 근육이 심하게 튈 때, 없던 환시나 심한 혼란이 새로 생겼을 때는 다음 회진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내용이며, 개별 환자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약의 종류와 용량, 지금 상태의 원인은 환자분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