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된 암을 앓는 분에게 갑자기 없는 것을 보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계획을 길게 이야기하는 변화가 나타나면 가족은 대개 크게 놀랍니다. 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섬망(delirium)이라고 부릅니다. 섬망은 성격이 변한 것도, 치매처럼 기억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몸 어딘가의 문제 때문에 뇌의 기능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흔들리는 상태이며, 흔들리는 축은 기억보다 '주의력'입니다. 이야기의 실마리를 붙잡고 있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말의 형식은 멀쩡한데 내용이 현실에서 떨어져 나가는 일이 생깁니다.

섬망을 다른 상태와 구분 짓는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오르내림'입니다. 하루 종일 같은 상태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 단위로 흐려졌다 맑아졌다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아침 회진 때는 또박또박 대답하시고, 밤에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저녁 무렵부터 밤 사이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은 흔히 관찰되며, 이를 두고 해가 질 무렵 나빠진다는 뜻으로 일몰 현상(sundowning)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중간중간 또렷해지는 시간이 있다고 해서 섬망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며, 오히려 그 기복 자체가 섬망을 시사하는 소견으로 여겨집니다.

문장이 문법적으로 완벽하고, 상대의 눈을 보며 '듣고 있느냐'고 확인까지 하면서도 내용은 현실에 없는 이야기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언어를 만들어 내는 기능은 비교적 남아 있는 반면, 지금 이곳의 상황을 대조하고 점검하는 기능이 흔들릴 때 나타날 수 있는 모습입니다. 겉으로 유창하다는 이유만으로 정신이 온전하다고 보기 어렵고, 반대로 헛소리를 한다고 해서 의식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섬망 하면 흔히 소리를 지르거나 일어나려 하는 모습(과활동형)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조용히 잠만 자고 말수가 줄며 반응이 느려지는 저활동형이 적지 않습니다. 저활동형은 '기운이 없으신가 보다', '진통제 때문인가 보다' 하고 지나치기 쉬워 발견이 늦어지곤 합니다. 두 가지가 번갈아 나타나는 혼합형도 있습니다.

섬망의 원인은 대개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겹칩니다. 임상에서 흔히 찾아보는 것들로는 약물(오피오이드 증량이나 종류 변경, 항콜린 작용이 있는 약, 스테로이드, 진정제 계열 등), 탈수와 전해질 이상, 혈중 칼슘이 높아지는 고칼슘혈증(hypercalcemia), 저나트륨혈증, 감염, 산소가 부족한 상태, 간이나 콩팥 기능 저하로 노폐물이 쌓이는 상황, 소변이 막히거나 변이 오래 정체된 경우, 뇌 전이나 연수막 전이, 심한 통증과 수면 부족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탈수, 변비·요폐, 약물 조정, 일부 전해질 이상처럼 교정이 가능한 항목이 확인되면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지기도 합니다.

다만 병이 많이 진행되어 임종에 가까워진 시기에 나타나는 섬망(임종기 섬망)은 원인을 하나씩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의료진의 목표는 흔히 '완전히 원래대로 되돌리기'에서 '불안과 초조를 줄이고 편안하게 지내시게 하기'로 옮겨 갑니다.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어디까지 검사하고 어디까지 약을 조정할지는 환자의 전체 상태와 본인·가족이 중요하게 여기는 목표에 따라 달라지므로, 담당 의료진과 방향을 함께 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발음이 뭉개지는 변화는 섬망과 함께 오기도 하지만, 진정 작용이 있는 약, 입안이 마르는 것, 전신 쇠약, 삼킴 근육의 힘 저하 등 다른 이유로도 생길 수 있습니다. 발음과 의식은 서로 다른 축이므로, 말이 흐려졌다고 해서 곧 섬망이라고 단정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가족이 곁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낮에는 커튼을 열어 빛이 들게 하고 밤에는 어둡고 조용하게 하여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 드리는 것, 안경과 보청기를 착용하시게 하는 것, 시계와 달력이 보이게 두고 인사말에 오늘 날짜와 이곳이 어디인지를 자연스럽게 섞는 것, 익숙한 사진이나 물건을 가까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과 다른 말씀을 하실 때 정면으로 반박하며 설득하기보다는, 그 순간의 감정(불안하다, 급하다, 걱정된다)에 먼저 반응해 드리는 편이 대개 덜 힘듭니다. 일어나려다 넘어지는 사고가 잦은 시기이므로 침대 높이와 바닥 물건을 정리해 두고, 몸을 묶는 방식은 대개 마지막 선택지로 두고 의료진과 먼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록을 남기면 짧은 회진 시간이 훨씬 유용해집니다. 몇 시에 또렷했고 몇 시에 흐려졌는지, 잠은 언제 잤는지, 최근 약이 바뀌거나 용량이 오른 시점은 언제인지, 소변과 대변이 마지막으로 언제 있었는지, 열이나 숨이 찬 증상이 함께 있는지를 시간과 함께 적어 두면 원인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새로 시작된 발열,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 소변이 거의 없는 상태, 심하게 초조해하며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 몇 시간 안에 급격히 나빠지는 변화는 다음 회진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알리는 편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또렷한 시간이 찾아왔을 때를 위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길게 올지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나 정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 짧게라도 먼저 꺼내 두는 편이 후회를 줄입니다. 목소리나 영상을 남기고 싶다면 본인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잊지 마십시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환자에 대한 진단이나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의 원인 평가와 약물 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