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중에는 입맛이 사라지고, 두세 숟가락에 배가 불러오고,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이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씹고 삼키는 일 자체가 힘들어지면 보호자는 자연스럽게 시판 영양음료를 손에 쥐게 됩니다. 그런데 하루 세 개를 겨우 다 드셔도 체중은 계속 줄고, '이걸로 한 끼가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이 의문은 대개 정확합니다. 문제는 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숫자가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먼저 필요한 양을 대략이라도 알아 두면 계산이 쉬워집니다. 치료 중 성인은 보통 체중 1kg당 하루 25~30kcal, 단백질은 1kg당 1.0~1.5g 정도를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환자 상태·신장 기능·간 기능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조정해야 합니다). 몸무게가 55kg이라면 하루 1,400~1,650kcal, 단백질 55~80g쯤 됩니다. 흔한 표준형 영양음료 한 캔(200mL)이 약 200kcal, 단백질 7~9g이라면 세 캔은 600kcal 남짓입니다. 필요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니,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제품을 고를 때는 이름이나 광고가 아니라 뒷면의 두 숫자를 봅니다. 첫째는 열량밀도, 즉 1mL당 몇 kcal인가입니다. 같은 200mL라도 1.0kcal/mL 제품은 200kcal, 1.5kcal/mL는 300kcal, 2.0kcal/mL 고농축 제품은 400kcal입니다. 조금밖에 못 드시는 분일수록 '양'이 아니라 '밀도'를 올려야 합니다. 둘째는 단백질 함량입니다. 열량만 채우고 단백질이 적으면 근육 손실을 막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당뇨, 신장질환, 설사·변비 여부에 따라 당질 조절형·저나트륨형·식이섬유 함유형 등 선택이 갈리므로, 지병이 있다면 임상영양사와 함께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집에서 갈아 드릴 때 흔히 놓치는 함정도 여기에 있습니다. 밥과 반찬에 물이나 국물을 넣고 곱게 갈면 넘기기는 쉬워지지만, 같은 한 컵에 담기는 열량은 오히려 뚝 떨어집니다. 부피는 커지고 위는 금방 차니, 많이 드신 것 같은데 실제로는 덜 드신 셈이 됩니다. 되돌리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갈 때 넣는 액체를 물이나 국물 대신 우유·두유·영양음료 자체로 바꾸고, 여기에 소량으로 열량과 단백질을 올려 주는 재료를 더합니다. 식용유나 참기름 한 작은술, 버터, 마요네즈, 견과류 가루, 치즈, 달걀, 단백질 분말, 분유 같은 것들은 부피를 거의 늘리지 않으면서 열량을 보탭니다. 소화가 어려운 분에게는 중쇄중성지방(MCT) 오일처럼 소화 부담이 적은 지방을 권하기도 하는데, 이런 모듈 보충은 양이 늘수록 설사가 생길 수 있어 조금씩 늘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먹는 방식도 성적을 바꿉니다. 세 끼를 정해 두기보다 2~3시간마다 100~150mL씩 나누어 드리면 총량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갑게 하면 냄새와 느끼함이 줄어 넘기기 쉬워지고, 빨대를 쓰면 향을 덜 느낍니다. 다만 옥살리플라틴 계열 치료처럼 찬 것에 민감해지는 약을 쓰는 시기에는 미지근하게 드리는 편이 낫습니다. 식사 중에 물이나 국을 많이 드시면 정작 열량이 들어갈 자리가 사라지므로, 수분은 식사 사이에 따로 챙깁니다.
사레가 잦다면 갈아서 묽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묽은 액체는 목에서 빨리 흘러내려 기도로 새기 쉽기 때문입니다. 기침이 잦고 식사 후 목소리가 젖은 소리로 변한다면, 점도를 올려 걸쭉하게 만들거나 자세를 세우는 조정이 필요하고, 삼킴 평가를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호중구가 낮은 시기에는 갈아 만든 음식이 세균에 취약합니다. 만든 즉시 드리고, 남은 것은 두었다 다시 쓰지 않으며, 믹서기와 용기는 매번 완전히 세척해 말립니다.
혼자 검색해서 제품을 고르는 대신, 병원 안의 자원을 먼저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많은 병원에 임상영양사 상담이나 영양집중지원팀(NST)이 있어 현재 섭취량을 계산해 주고, 상태에 맞는 고열량·고단백 제품이나 분말형 보충제를 안내해 줍니다. 일부 제품은 처방·급여 대상이 되기도 하니 비용도 함께 물어볼 만합니다.
마지막으로, 입으로 채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계시는 편이 좋습니다. 일주일에서 이 주 이상 필요 열량의 절반 수준밖에 드시지 못하거나, 한 달 사이 체중이 5% 이상 빠지거나, 삼킴 자체가 막혀 있다면 코를 통한 관(비위관)이나 위루관(PEG), 상황에 따라 정맥영양을 논의하게 됩니다. 이는 '포기'가 아니라 치료를 버텨 낼 체력을 지키는 수단으로 다루어집니다. 실제로 체중과 근육이 유지되어야 예정된 항암 일정을 미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외래 전에는 사흘치 섭취 기록(무엇을, 몇 mL, 몇 kcal), 같은 저울로 잰 체중 변화, 구역·설사·변비·구내염 여부를 적어 가면 3분 진료가 훨씬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숫자를 들고 가면 '잘 못 드세요'가 '하루 600kcal밖에 못 드십니다'로 바뀌고, 그때부터 대책이 나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질환·치료 단계·신장 및 간 기능에 따라 필요한 열량과 단백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은 담당 의료진 및 임상영양사와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