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일정이 잡히고 나면 가족은 그 날짜를 하나의 결승선처럼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나 예정일까지 남은 며칠 사이에 몸 상태가 눈에 띄게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죽 몇 숟갈은 넘기시던 분이 어느 날부터 영양음료 한 모금조차 1~2분 만에 그대로 올려내고, 배가 팽팽하게 부풀며, 밤새 헛구역질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는 '입맛이 없다'와는 다른 신호일 수 있습니다.

먹은 직후 곧바로 올라오는 구토는 대개 속이 메스꺼운 문제가 아니라, 음식물이 위에서 아래로 통과하지 못하는 문제일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위 아래쪽 출구가 좁아지는 위 출구 폐색(gastric outlet obstruction), 복막으로 퍼진 병변이 장을 눌러 생기는 악성 장폐색(malignant bowel obstruction), 배에 물이 차는 복수(ascites), 위 운동이 느려지는 위마비(gastroparesis)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영양음료도 흡수되지 않고 되돌아 나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드시게 하자'는 노력이 오히려 구토와 탈수를 키울 수 있습니다.

수면제를 그대로 드시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 것 역시 따로 떼어 볼 문제가 아닙니다. 불면의 뿌리가 복부 팽만, 구역, 탈수, 전해질 이상처럼 몸에 있을 때는 수면제로 덮이지 않습니다. 며칠간 토하기만 하면 나트륨·칼륨 같은 전해질이 흐트러지고 신장 기능 수치가 오르며, 이 상태가 이어지면 밤에 부산해지거나 헛것을 보는 섬망(delirium)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응급실에 가도 수액만 놔 준다더라'는 말 때문에 문턱을 넘지 못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응급실이 하는 일은 수액을 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채혈로 탈수·전해질·신장·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복부 X선이나 CT로 실제로 막힌 곳이 있는지 확인하며, 필요하면 코를 통해 위관(nasogastric tube)을 넣어 고여 있는 위액을 빼내 구역과 팽만을 줄이는 감압을 합니다. 정맥으로 항구토제를 쓰고, 예정된 입원을 앞당기거나 스텐트·영양관·정맥영양(TPN) 같은 다음 단계를 논의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즉 '수액을 맞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왜 못 넘기는지 확인하러' 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다음과 같을 때는 예정일을 기다리기보다 의료진에게 바로 알리거나 응급실을 이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하루 이상 물조차 넘기지 못할 때, 소변 양이 눈에 띄게 줄거나 반나절 넘게 거의 나오지 않을 때, 토한 것이 커피색이거나 피가 섞일 때, 배가 딱딱해지며 심한 통증이 생길 때, 방귀와 대변이 완전히 멈출 때, 열이 나거나 오한이 들 때, 어지럽고 일어서기 힘들거나 말과 행동이 평소와 달라질 때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한 번에 많은 양 대신 맑은 물을 아주 조금씩 자주 시도하고, 식사 후 최소 30분은 앉거나 상체를 높인 자세를 유지하며, 누울 때도 머리 쪽을 올려 둡니다. 하루에 몇 번 토했는지, 소변은 몇 번 보았는지, 체중은 얼마나 줄었는지를 간단히 적어 두면 진료실에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한눈에 전달됩니다. 복용 중인 약과 최근 검사 결과를 한 봉투에 모아 두면 급히 병원에 갈 때 도움이 됩니다.

진료가 예약되어 있다면 이렇게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못 드시는 상태로 예정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까, 아니면 입원을 앞당기는 편이 낫습니까?" "막힌 곳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먼저 해야 합니까?" "당분간 영양을 입으로 받기 어렵다면 어떤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까?" 치료를 시작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그 체력은 참고 기다린다고 회복되지 않습니다. 먹지 못하는 상태 자체가 지금 다뤄야 할 치료 대상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진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증상과 대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