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시작한 뒤 밤을 통째로 새우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조용한 1인실을 잡아드렸는데도 문 여닫는 소리 하나에 뜬눈으로 밤을 보내셨다면, 그건 유난스러운 성격 탓이라기보다 몸과 마음과 환경이 한꺼번에 잠을 방해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대로 항암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약을 계속 드시면 중독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 가지 걱정이 동시에 밀려오기 마련입니다. 이 두 질문은 성격이 다르므로 나누어 보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먼저 몸의 이유입니다. 항암 주사를 맞는 날 구역질을 막기 위해 함께 쓰는 스테로이드(steroid, 덱사메타손 계열)는 사람을 각성시키는 성질이 있어, 주사 후 하루 이틀은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수액을 많이 맞아 밤중에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고, 오심·속쓰림·입안 통증·근육통·손발 저림 같은 증상이 겹치면 잠은 더 얕아집니다. 스테로이드나 이뇨 작용이 있는 약을 저녁 늦게 드시는지, 복용 시간을 아침 쪽으로 옮길 수 있는지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해 볼 만합니다.

다음은 환경의 이유입니다. 병원은 밤에도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고, 복도 발소리·간호 라운딩·기계 소리가 이어집니다. 낮에 침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토막잠이 늘면 밤에 잘 수 있는 '잠의 양'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훨씬 잘 주무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퇴원이 성급한 결정이었는지 자책하기보다, 익숙한 잠자리가 회복에 도움이 되는 조건 중 하나였다고 보셔도 괜찮습니다.

마지막은 마음의 이유입니다. 암 진단과 치료는 그 자체로 몸을 긴장 상태에 두고, 원래 걱정이 많으면 잠을 설치던 분이라면 그 성향이 훨씬 크게 드러납니다. 이때의 불면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과각성 상태에서 몸이 경계를 풀지 못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처방받으신 항불안제·수면제에 대한 걱정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 쓰이는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이나 졸피뎀 같은 수면제는 장기간 매일 쓰면 내성과 의존이 생길 수 있고, 특히 고령에서는 밤중 낙상, 낮 시간 졸림, 기억력 저하, 섬망(delirium) 위험이 함께 올라갑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보통 가장 낮은 용량으로, 필요한 기간만, 처음부터 '언제 줄이고 언제 끊을지'를 정해 두고 씁니다. 반대로 위험한 것은 임의 중단입니다. 며칠 드시다 겁이 나서 갑자기 끊으면 반동성 불면이나 불안이 더 심해져, 약을 나쁘게 기억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 줄이더라도 처방한 의료진과 감량 계획을 함께 세우는 편이 안전합니다.

약국에서 사는 수면유도제가 더 안전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반의약품 수면유도제 상당수는 항히스타민 성분이라 고령자에게 입마름·변비·소변 저류·혼돈을 일으킬 수 있고, 항암 중에는 간·신장 기능과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무엇을 드시든 담당 의료진이 전체 약 목록을 보고 판단하는 편이 낫습니다.

약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불면에 대해 근거가 잘 쌓인 방법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입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잠든 시간과 상관없이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낮잠은 이른 오후에 20~30분 이내로 제한하기, 침대는 잠잘 때만 사용하고 20분 넘게 잠이 오지 않으면 잠깐 나왔다가 졸릴 때 다시 눕기, 낮에 햇빛을 보고 몸 상태가 허락하는 만큼 움직이기, 저녁의 카페인·과식·긴 화면 보기 줄이기입니다. 병실에서는 귀마개와 안대, 낮은 조도의 간접 조명이 의외로 큰 도움이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권했을 때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거절하시는 일도 흔합니다. 이럴 때는 '마음의 병'이라는 말 대신 '잠과 컨디션을 관리해서 항암을 끝까지 받기 위한 진료'라고 설명하는 편이 문턱을 낮춰 줍니다. 많은 암 병원에는 암 환자의 불면·불안을 함께 보는 정신종양(psycho-oncology) 또는 완화의료팀이 있고, 담당 교수님을 통해 원내 협진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으니 다음 외래에서 요청해 보셔도 좋습니다.

다음 진료 때는 이런 것들을 정리해 가시면 대화가 빨라집니다. 언제부터 못 주무셨는지, 하루 총 수면 시간과 낮잠 시간, 밤에 깨는 이유(통증·화장실·숨참·불안 중 무엇인지), 지금 드시는 약 이름과 용량, 항암 주기 중 어느 날에 특히 심한지입니다. 며칠치만 간단히 적은 수면 기록도 큰 정보가 됩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다음 외래를 기다리지 말고 연락하거나 병원을 찾는 편이 좋습니다. 밤낮이 완전히 뒤바뀌면서 헛것이 보이거나 말이 통하지 않고 안절부절못하는 경우(섬망 가능성), 숨이 차서 눕지 못하는 경우, 낮에도 깨우기 어려울 만큼 처지는 경우, 발열이나 심한 통증이 함께 있는 경우, 그리고 살고 싶지 않다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입니다.

잠을 며칠 못 잤다고 해서 항암치료가 곧바로 실패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수면 부족은 피로·식욕·통증 체감·기분에 영향을 주어 치료를 견디는 힘을 갉아먹기 때문에, '참고 넘길 일'이 아니라 '치료의 일부로 관리할 증상'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걱정을 안고 집으로 향하는 그 마음 자체가 이미 돌봄이며, 다음 외래까지 관찰한 내용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내용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수면제나 항불안제의 시작·감량·중단을 포함한 모든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