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를 앞둔 아이를 둔 보호자라면, '몸에 좋다는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버섯, 브로콜리, 양배추, 청국장처럼 어른들이 흔히 권하는 식재료를 아이가 도무지 입에 대지 않으면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치료 기간의 식사 목표는 평소의 '건강식'과 조금 다릅니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항암식품'을 챙기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체중을 지킬 만큼 충분한 열량(calorie)과 단백질(protein)을 꾸준히 먹는 일입니다.
치료를 받는 몸은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정작 입맛은 떨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먹이느냐'보다 '얼마나 먹느냐'가 먼저입니다. 어떤 한 가지 음식이 치료 성적을 바꾸지는 않으며, 아이가 버섯이나 청국장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 체중이 줄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회복과 다음 치료를 이어가는 데 더 큰 힘이 됩니다.
항암제는 흔히 맛과 냄새를 느끼는 감각을 바꿔 놓습니다(미각변화, dysgeusia). 음식이 쇠 맛이 나거나 밍밍하게 느껴지고, 특정 냄새에 속이 메스꺼워지기도 합니다(오심, nausea). 입안이 헐어 아픈 구내염(mucositis)이 생기면 씹고 삼키는 일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청국장이나 버섯처럼 향이 강한 음식은 이런 변화 앞에서 더 멀어지기 쉽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좋아하던 음식을 거부하는 것은 투정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자연스러운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실천에서는 한 번에 많이 먹이려 하기보다, 조금씩 자주 먹이는 방식이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그나마 잘 먹는 음식을 중심에 두고, 여기에 열량과 단백질을 조용히 더하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죽이나 수프에 달걀·두부·고기를 갈아 넣거나, 미지근하거나 차가운 음식이 냄새가 덜 나 오심을 줄이기도 합니다. 식사 시간을 억지로 밀어붙여 실랑이가 되면 아이는 음식과 더 멀어지므로, 먹는 즐거움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 유념할 점은 안전입니다. 항암 중 백혈구, 특히 호중구 수치가 낮아지는 시기에는 감염 위험이 커져, 익히지 않은 음식이나 씻지 않은 채소, 살균하지 않은 식품을 조심해야 합니다. 발효식품인 청국장이나 생채소를 이 시기에 어떻게 다룰지는 병원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 무엇을 언제까지 조심해야 하는지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먹는 양이 눈에 띄게 줄고 체중이 빠지거나, 통증·구토로 물조차 삼키기 어렵다면 참고 버티기보다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병원에는 소아 영양을 함께 살피는 영양사가 있고, 필요하면 열량을 보충하는 보충 음료나 관을 통한 영양 공급 같은 방법도 논의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못 먹였다'는 죄책감은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치료 중에는 잘 먹이는 방법 자체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환자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식사와 영양, 음식 안전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영양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