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호스피스를 준비하시고, 남은 시간은 몇 달 정도'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혹시 오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런 마음은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다만 이 순간을 조금 더 차분히 지나가기 위해, 의료진이 말하는 '여명(prognosis)'이라는 숫자가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여명은 정해진 날짜를 알려주는 시계가 아닙니다. 같은 병기, 비슷한 상태의 많은 환자들이 지나온 경과를 모아 만든 '중앙생존기간(median survival)'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3개월'이라는 말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 중 절반은 그보다 이르고 절반은 그보다 늦게까지 지내셨다는 통계의 가운데 지점을 옮겨 말한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3개월'을 들어도 어떤 분은 몇 주 만에, 어떤 분은 그보다 훨씬 오래 지내시기도 합니다. 한 개인이 어느 쪽에 놓일지는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이 숫자는 몸의 여러 신호를 종합해 어림합니다. 스스로 얼마나 움직이고 일상을 유지하는지(수행상태, performance status), 식사와 체중의 변화, 통증·호흡 같은 증상, 그리고 혈액검사나 영상에서 보이는 흐름이 함께 고려됩니다. 그래서 상태가 달라지면 예측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숫자 하나가 바뀌지 않는 운명처럼 굳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진이길 바란다'는 마음이 든다면, 진단의 근거를 차분히 확인해 보는 것은 합리적인 일입니다. 조직검사(biopsy) 결과가 있었는지, 영상 소견은 무엇을 보여주는지 주치의에게 물어볼 수 있고, 필요하다면 다른 병원의 의견(second opinion)을 구하는 것도 환자와 가족의 권리입니다. 다만 여러 검사로 이미 진단이 분명해진 경우라면, 다른 의견을 찾는 과정이 오히려 남은 시간을 소중히 쓰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오해하기 쉬운 점은, '호스피스를 권한다'는 말이 곧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거나 '곧 돌아가신다'는 선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palliative care)는 통증과 증상을 적극적으로 다스리고 남은 시간의 삶의 질을 지키는 돌봄입니다. 실제로 증상 관리가 잘 되면 컨디션이 한동안 안정되는 분도 계십니다. 희망을 놓지 않는 것과 앞으로를 차분히 준비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이며, 개별 환자의 상태와 예후는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구체적인 진단·예후·치료 방향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