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이어가던 중 갑자기 눈과 피부가 노래지고, "황달 수치가 높아 지금은 항암제나 방사선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치는 대개 혈액검사의 빌리루빈(bilirubin)을 가리킵니다. 빌리루빈은 오래된 적혈구가 분해될 때 생기는 노란색 색소로, 간에서 처리된 뒤 담즙을 통해 장으로 빠져나갑니다. 이 길 어딘가가 막히거나 간 기능이 크게 떨어지면 빌리루빈이 몸에 쌓여 황달(jaundice)이 나타납니다.
암에서 황달은 크게 두 갈래로 생깁니다. 하나는 종양이나 커진 림프절이 담관(bile duct)을 눌러 담즙이 내려가지 못하는 '폐쇄성 황달'이고, 다른 하나는 간 안에 암이 넓게 퍼져 간세포 자체가 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앞으로의 선택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의료진은 초음파·CT·MRI(MRCP) 등으로 '막힌 곳이 있는지'를 먼저 살핍니다.
빌리루빈이 높을 때 치료를 미루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항암제는 간에서 대사되어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간·담도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약이 몸에 오래 남아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약제는 빌리루빈이 일정 수치 아래일 때만 투여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방사선 역시 간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에서는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상태가 조금 나아지기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진료실에서 듣는 '몇 미만이어야 가능하다'는 말은 이런 안전 기준을 뜻합니다.
담관이 눌려 생긴 폐쇄성 황달이라면, 막힌 길을 열어 빌리루빈을 낮추는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내시경으로 담관에 관을 넣어주는 담도 스텐트(ERBD)나, 피부를 통해 간 안의 담관에 배액관을 넣는 경피경간 담도배액술(PTBD)이 대표적입니다. 배액이 잘 되면 며칠에서 몇 주에 걸쳐 수치가 내려가고, 그 사이 치료를 다시 검토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간 전체에 암이 퍼진 경우처럼 '막힌 지점'이 뚜렷하지 않으면 배액만으로는 수치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같은 '황달'이라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치가 얼마인지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원인이 폐쇄인지 간기능 저하인지, 배액이 가능한 위치인지, 감염(담관염) 징후는 없는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열이 나거나 오한이 동반된다면 급성 담관염일 수 있어 서둘러 알려야 합니다. 궁금한 점은 '지금 황달의 원인이 무엇인지, 배액으로 낮출 수 있는 종류인지, 수치가 내려가면 어떤 치료를 다시 고려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실제 치료 여부와 방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