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피부색이 조금씩 달라지는 일은 흔합니다. 그런데 햇빛이 거의 닿지 않는 발등이나 발바닥, 늘 양말과 운동화로 덮여 있던 자리에 얼룩덜룩한 갈색이나 거뭇한 그늘이 생기면 '이건 자외선 때문도 아닌데 왜 이러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집니다. 다음 외래가 몇 주 뒤라면 그 사이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원인을 혼자 결론짓는 일이 아니라, 지금 보이는 변화가 '기록해 두었다가 외래에서 보여 줄 것'인지 '오늘 안에 연락해야 할 것'인지를 가려 보는 기준을 갖는 것입니다.

항암제로 인한 색소침착은 자외선하고만 관계된 현상이 아닙니다. 일부 항암제는 피부에서 색을 만드는 멜라닌세포(melanocyte)를 자극하거나, 땀샘을 통해 배출되면서 피부에 영향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손가락 마디, 손발바닥의 주름선, 손발톱의 가로줄, 주사를 맞은 혈관을 따라 생기는 띠 모양, 압력이나 마찰을 자주 받는 부위 등 사람마다 다른 자리에 나타납니다. 대장암에서 흔히 쓰는 조합에 포함되는 플루오로우라실(5-FU) 계열 약제는 색소침착과 비교적 자주 연관되어 언급되는 약 중 하나입니다. 이런 변화는 대개 통증이나 가려움 없이 서서히 나타나고, 치료가 끝난 뒤 여러 달에 걸쳐 옅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속도와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큽니다.

가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간단한 단서 하나는 '눌러 보았을 때의 반응'입니다.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잠시 하얗게 변했다가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온다면, 그 색은 주로 혈관 속을 흐르는 피나 피부 표면의 색소와 관련된 변화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눌러도 색이 빠지지 않는 붉은색·자주색 점이나 반점은 피가 혈관 밖으로 새어 나온 자반·점상출혈(purpura, petechiae)일 수 있고, 항암 중에는 혈소판 감소와 연결될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다만 이 방법은 방향을 잡는 참고일 뿐 진단이 아니며, 조명이나 부기 정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색소침착과 자주 헷갈리는 것이 수족증후군(hand-foot syndrome, 손발바닥 홍반성 감각이상)입니다. 이쪽은 색보다 감각과 촉감의 변화가 먼저 옵니다. 손발바닥이 화끈거리거나 따끔거리고, 붉어지면서 붓고, 걸을 때 아프며, 시간이 지나면 껍질이 벗겨지거나 갈라지는 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먹는 항암제 중 일부에서 더 흔하게 보고되며, 진행되면 약 용량 조절이 필요할 수 있어 초기에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또 옥살리플라틴을 쓰는 경우에는 찬 공기나 찬물에 닿을 때 손발이 저릿한 한랭 과민이나 말초신경병증(CIPN)이 함께 올 수 있는데, 이것은 색소침착과는 다른 문제이므로 따로 설명하는 편이 진료실에서 도움이 됩니다.

다음 신호가 있으면 외래를 기다리지 말고 치료받는 병원의 항암 상담 창구나 응급 연락처로 문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열이 나는 경우, 한쪽 발만 갑자기 붓고 뜨겁고 아픈 경우, 물집·진물·궤양·상처가 생긴 경우, 눌러도 사라지지 않는 붉은 점이 늘어나는 경우, 발가락 끝이 검게 변하며 아픈 경우, 색 변화가 며칠 사이에 빠르게 번지는 경우입니다. 항암 중에는 면역과 혈소판 수치가 낮아져 있을 수 있어,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을 피부 문제도 빨리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당장 위험 신호가 없다면, 외래까지의 시간은 '기록하는 시간'으로 쓰면 좋습니다. 같은 장소·같은 조명·같은 각도에서 며칠 간격으로 사진을 찍고,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자나 동전을 함께 두면 변화 속도를 보여 주기 쉽습니다. 사진마다 날짜와 함께 항암 몇 주기 며칠째인지, 통증·가려움·저림이 있는지, 새로 바른 연고나 새로 신은 신발·양말이 있는지, 다른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시작했는지를 짧게 적어 두면 진료실에서 판단할 정보가 훨씬 늘어납니다.

일상 관리에서는 무리하지 않는 선이 좋습니다. 보습제를 자주 발라 건조와 갈라짐을 줄이고, 뜨거운 물에 오래 담그거나 세게 문지르는 목욕은 피하며, 조이는 신발이나 오래 서 있는 활동처럼 압력이 반복되는 상황을 줄이는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색소침착은 햇빛을 받으면 더 짙어질 수 있으므로 노출되는 부위에는 자외선 차단을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반면 미백 목적의 제품, 각질을 벗기는 제품, 남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임의로 바르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원인을 가리기 어렵게 만들고 피부를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톱 주변을 깊게 깎거나 굳은살을 뜯어내는 것도 감염의 통로가 될 수 있어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보호자가 먼저 발의 변화를 알아채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환자 본인은 감각이 둔해져 잘 모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확인하기보다 며칠에 한 번, 밝은 곳에서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까지 함께 살펴보는 습관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외래에서 '언제부터, 어디에, 어떻게 변했고, 아픈지 아닌지'를 한 문장으로 전할 수 있게 정리해 두면 짧은 진료 시간에도 필요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환자에 대한 진단이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사용 중인 약제와 검사 수치, 동반 질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증상과 대처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