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이나 담도에 생긴 암은 통증 조절이 유난히 까다로운 편입니다.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위치입니다. 췌장은 배 앞쪽이 아니라 몸 깊숙한 뒤편, 등에 가까운 자리에 있고 그 주변으로 복강신경총(celiac plexus)이라 불리는 신경 다발이 지나갑니다. 종양이 이 신경을 누르거나 자극하면 명치와 배 한가운데가 묵직하게 아프면서 통증이 등이나 옆구리로 뻗치고, 누우면 더 심해져 밤잠을 자꾸 깨우기도 합니다. 내장에서 오는 둔한 통증과 신경에서 오는 저릿한 통증이 섞여 있어, 한 가지 약만으로는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텐트 시술을 받았는데도 통증이 그대로라며 당황하는 보호자분들이 많습니다. 담도 스텐트(biliary stent)나 십이지장 스텐트는 막힌 담즙 길이나 좁아진 소화관을 다시 열어 황달·가려움·구역·식사 장애를 덜어주기 위한 시술입니다. 신경에서 비롯된 통증을 없애려고 넣는 것이 아니므로, 시술이 잘 되었더라도 통증은 별개의 문제로 따로 다뤄야 합니다. 시술 후에도 아픔이 남는다는 사실 자체가 '치료가 실패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정리해 두면 마음이 조금 덜 급해집니다.
암성 통증을 다루는 기본 원리는 '아플 때만 참았다가 먹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쓰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바탕을 깔아주는 지속형 진통제를 시간에 맞춰 쓰고, 그 사이에 갑자기 치솟는 돌발통(breakthrough pain)에는 빨리 듣는 구제약을 따로 두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참다가 한꺼번에 먹는 방식은 통증이 최고조에 오른 뒤에 약이 들어가기 때문에 조절이 더 어려워집니다.
약 외에도 선택지가 있습니다. 신경에서 오는 통증에는 항경련제·항우울제 계열의 보조진통제가 함께 쓰이기도 하고, 부기와 압박을 줄이기 위해 단기간 스테로이드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통증의 원인이 복강신경총으로 뚜렷하다고 판단될 때는 복강신경총 차단술·신경파괴술(celiac plexus neurolysis)을 고려하기도 하는데, 내시경초음파(EUS)로 접근하거나 등쪽에서 영상 유도로 시행합니다.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고 효과의 크기와 지속 기간도 사람마다 달라, 남은 치료 계획과 전신 상태를 함께 보고 결정합니다. 뼈나 국소 병변이 통증의 주범일 때는 짧은 일정의 방사선치료로 통증을 줄이는 방법이 논의되기도 합니다.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걱정 때문에 증량을 미루는 분들도 계십니다. '중독되면 어쩌나', '마지막에 쓰는 약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 암성 통증에서 의료진의 관리 아래 용량을 조절해 쓰는 것은 이런 우려와는 다른 상황으로 봅니다. 오히려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잠·식사·기력이 함께 무너집니다. 변비, 졸림, 구역 같은 흔한 부작용은 미리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으니, 겪고 있는 불편을 숨기지 말고 그대로 전하는 편이 낫습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숫자와 기록입니다. 통증을 0에서 10까지로 표현했을 때 평소 몇 점인지, 가장 심할 때 몇 점인지, 하루에 구제약을 몇 번 썼는지, 어느 방향으로 뻗치는지, 식사·자세와 관련이 있는지, 밤에 몇 번 깼는지를 적어 가면 용량과 약 종류를 조정할 근거가 됩니다. '많이 아파해요'보다 '어제 구제약을 다섯 번 썼고 새벽 세 시에 8점까지 올라갔어요'가 훨씬 빠르게 반영됩니다. 통증이 며칠째 잡히지 않는다면 다음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연락하거나 완화의료팀 상담을 요청해도 됩니다. 완화의료는 치료를 그만두는 절차가 아니라 항암치료와 나란히 증상을 다루는 진료로, 일찍 연계할수록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아픈 사람 곁에는, 함께 무너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직 곁에 계신데도 벌써 슬픔이 밀려오고, 잃는 상상만으로 숨이 막히는 상태를 예기 비애(anticipatory grief)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마음이 약해서도, 미리 포기해서도 아닙니다. 눈앞에서 변해 가는 모습을 매일 보는 사람에게 흔히 찾아오는 반응입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환자가 던지는 슬픈 말 한마디에 며칠씩 아리는 마음, 잠과 식사가 함께 무너지는 몸도 같은 자리에서 생깁니다.
보호자에게도 기댈 곳이 필요합니다. 병원의 완화의료팀이나 사회복지사는 환자만이 아니라 가족의 상담도 맡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협진이나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 상담을 통해 수면·불안 문제를 따로 다룰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나쁜 생각'이 자꾸 든다면 그것은 의지로 눌러야 할 일이 아니라 도움을 청해야 할 신호입니다. 한국에서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위급한 상황에서는 119나 가까운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혼자 있는 밤이 위험하다고 느껴지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그 밤만이라도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꺼내는 슬픈 말들을 곧바로 고쳐주거나 밝게 돌려놓으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마'보다 '그런 생각이 드셨구나' 하고 잠시 머물러 주는 편이, 다음 말을 이어갈 자리를 남깁니다. 두 사람 모두를 돌보는 것이 이 시기의 치료에 포함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이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통증 조절 방법과 약의 종류·용량, 시술 가능 여부는 환자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