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받는 동안 다리가 한쪽만 붓거나 갑자기 숨이 차서 검사를 받았다가 '혈전이 있다'는 말을 듣는 분들이 있습니다. 암이 있으면 혈액이 평소보다 잘 굳는 상태가 되기 쉽고, 여기에 종양이 혈관을 누르는 상황, 오래 누워 지내는 시간, 중심정맥관(포트) 같은 관, 일부 항암제와 호르몬 치료가 겹치면 위험이 더 올라갑니다. 이렇게 암과 관련해 생기는 정맥 혈전을 통틀어 암관련 정맥혈전색전증(cancer-associated venous thromboembolism)이라 부르고, 생긴 위치에 따라 다리 깊은 정맥의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폐로 흘러간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 간·비장 주변 정맥의 내장정맥혈전증(splanchnic vein thrombosis) 등으로 나눠 부릅니다.
치료는 대개 혈액이 덜 굳게 하는 항응고제(anticoagulant)로 시작합니다. 배에 놓는 저분자량 헤파린 주사나 먹는 직접경구항응고제(DOAC)가 흔히 쓰이고, 어떤 약을 고를지는 혈전의 위치, 콩팥·간 기능, 위장관 상태, 함께 쓰는 항암제와의 상호작용, 삼킴이나 구토 여부까지 따져서 정해집니다. 기간은 보통 최소 3~6개월을 잡지만, 암이 활동 중이거나 치료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더 길게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항응고제는 '정해진 회차를 채우면 끝나는 약'이라기보다, 혈전이 다시 생길 위험과 출혈 위험을 주기적으로 다시 저울질하며 이어가거나 멈추는 약에 가깝습니다.
중단을 논의하게 되는 사정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새 혈전이 더 생기지 않고 남아 있던 혈전이 자리를 잡아 만성화되었다고 판단될 때이고, 다른 하나는 출혈 쪽 위험이 커졌을 때입니다. 헤모글로빈(혈색소)이 계속 내려가거나, 식도·위 정맥류나 궤양·종양처럼 피가 날 수 있는 병변이 있거나, 혈소판이 낮거나, 콩팥 기능이 달라진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약을 끊는다는 말이 늘 '다 나았다'는 뜻은 아니고, 반대로 늘 나쁜 소식인 것도 아닙니다. 남은 혈전이 완전히 녹지 않은 채 굳어 굵기만 유지되는 상태는 드물지 않고, 이때는 약보다 관찰과 증상 확인이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혈색소가 떨어진 이유 자체도 따로 살펴볼 몫입니다. 철분이 모자란 것인지, 눈에 잘 띄지 않는 만성 출혈이 있는지, 항암제로 골수가 눌린 것인지, 콩팥이나 영양 문제인지에 따라 대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철분 주사나 먹는 철분제, 필요하면 수혈이 함께 고려되고, 검은 변이나 커피 찌꺼기 같은 구토, 잦아진 코피와 잇몸 출혈, 멍이 쉽게 드는 변화는 다음 진료를 기다리지 말고 알리는 편이 좋습니다.
진료실에서는 이런 것들을 정리해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약을 멈추는 이유가 혈전이 안정되어서인지 출혈 위험 때문인지, 다시 시작할지 판단하는 시점과 검사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혈전이 재발할 때 놓치면 안 되는 신호(한쪽 다리의 붓기·통증·열감, 갑작스러운 숨참이나 가슴 통증, 실신, 심한 복통)는 무엇인지, 내시경이나 시술·수술을 앞두고는 언제 끊고 언제 재개하는지, 함께 먹는 진통제·건강기능식품 중 출혈 위험을 올리는 것은 없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무엇보다 항응고제는 스스로 중단하거나 다시 시작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장시간 이동이나 여행을 계획한다면 자리에서 자주 발목을 움직이고 수분을 챙기는 방법도 미리 상의해 둘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인의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약의 종류와 복용 기간, 중단과 재개 여부는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