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받는 동안 발끝이나 종아리가 저릿하고, 남의 살처럼 감각이 무뎌지거나 화끈거린다고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됩니다. 특히 여러 항암제는 손끝과 발끝의 가느다란 신경을 자극하거나 손상시켜, 양쪽 발가락·손가락부터 시작해 마치 장갑과 양말을 낀 듯한 범위로 저림과 무감각이 번지곤 합니다. 이를 '항암제 유발 말초신경병증(CIPN,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이라 부릅니다.
많은 분이 '방사선 때문일까'를 궁금해하시는데, 방사선은 기본적으로 쬐는 부위에만 작용하는 국소 치료입니다. 그래서 방사선을 등이나 골반, 척추 신경이 지나는 자리에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멀리 떨어진 발과 다리의 저림을 방사선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발저림이 양쪽에 비슷하게 나타나고 항암 주기와 맞물려 심해진다면, 방사선보다 항암제나 다른 요인을 먼저 떠올려 보게 됩니다. 물론 당뇨(diabetes), 비타민 B12 부족, 신경을 누르는 병변 등 치료와 무관한 원인도 겹칠 수 있어, 실제 원인은 진료를 통해 가려야 합니다.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저림이 언제 시작됐고 어느 정도인지 기록해 담당 의료진에게 알리면, 약의 용량이나 종류를 조정할지 함께 의논할 수 있습니다. 감각이 무뎌지면 뜨거운 물이나 날카로운 것에 다치기 쉬우므로 발을 자주 살피고, 미끄럼 방지 신발과 밝은 조명으로 넘어짐을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의 걷기·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다만 일부 항암제는 찬 것에 닿으면 저림이 심해지므로, 내 약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면 빨리 알려야 하는 신호도 있습니다. 다리 힘이 갑자기 빠지거나 걷기가 어려워질 때, 저림이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번질 때, 소변·대변을 참기 어렵거나 허리 통증이 함께 심해질 때는 지체 없이 병원에 연락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단순 신경병증이 아닌 다른 문제를 알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의 원인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