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는 지속형 먹는 약과 신경병증통 약, 그리고 통증이 심할 때마다 놓아 주던 주사로 어느 정도 견디셨는데, 퇴원 뒤 '돌발성 통증'용으로 바뀐 먹는 속효성 진통제로는 통증이 잡히지 않고 구토까지 겹친다면 보호자로서 무척 당황스럽고 막막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담당 병원이 휴진이고 호스피스는 입원 대기가 걸려 있다면, '집에서 주사로라도 통증을 덜어 드릴 방법은 없을까' 하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이 글은 그 방법의 큰 그림과, 급할 때 어디에 연락하면 좋을지를 일반적인 정보로 정리한 것입니다.
먼저, 먹는 약이 잘 듣지 않는 이유부터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토가 계속되면 삼킨 약이 위장에서 충분히 흡수되기 전에 밖으로 나와 버려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 마약성 진통제(opioid) 자체가 구역·구토를 일으키기도 하고, 심한 통증 그 자체가 메스꺼움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즉 지금 상황은 '약이 약해서'가 아니라 '먹는 길로는 약이 몸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먹는 경로가 아닌 다른 통로 — 피부밑 주사나 정맥 주사, 붙이는 패치 등 — 를 검토하게 됩니다.
집에서 주사로 통증을 다스리는 길은 분명히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정형 호스피스(home-based hospice)와 방문간호입니다. 의료진이 집으로 방문해 통증 상태를 평가하고, 피부밑에 가는 관을 꽂아 소량씩 꾸준히 약을 흘려보내는 '지속피하주입(continuous subcutaneous infusion)' 펌프나, 정해진 범위 안에서 환자·보호자가 버튼을 눌러 추가 용량을 줄 수 있는 자가통증조절(PCA, patient-controlled analgesia) 장치를 달아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매번 아플 때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통증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담당 의료진의 처방과 관리 아래에서 이루어져야 안전합니다.
반대로, 그냥 가까운 동네 의원에 가서 '주사 한 대 놓아 달라'고 하기는 대체로 어렵습니다. 모르핀(morphine) 같은 마약성 진통제는 법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마약류라, 그 환자가 지금 어떤 약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 보는 의료기관이 곧바로 주사를 놓아 주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료의 연속성' — 지금까지 처방해 온 담당 병원·의료진을 통하는 길 — 이 중요합니다.
담당 병원이 이번 주 휴진이라도, 길이 아주 막힌 것은 아닙니다. 대개 큰 병원의 응급실은 휴진과 무관하게 24시간 열려 있어, 통증 조절을 위해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퇴원할 때 받은 서류에 야간·응급 연락처나 담당 간호사·코디네이터 연락처가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가정형 호스피스팀에 이미 등록돼 있다면 24시간 전화 상담이 되는 경우가 많고, 입원형 호스피스를 기다리는 사이에도 가정형이나 자문형으로 먼저 연결이 가능한지 문의해 볼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 상담 창구를 통해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자원을 안내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신호가 보이면 기다리지 말고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 바로 연락하는 편이 좋습니다. 통증이 전혀 가라앉지 않아 견디기 힘들 때, 구토가 반복돼 약도 물도 넘기지 못하고 탈수가 우려될 때,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거나 불러도 반응이 둔해질 때, 숨쉬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느려질 때(마약성 진통제가 과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소변량이 뚝 줄 때입니다. 통증은 참는다고 미덕이 되는 것이 아니며,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환자의 존엄과 편안함을 지키는 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약의 종류·용량 변경, 주사 경로 전환, 집에서의 투여 방법 등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