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는 중 정기 혈액검사에서 종양표지자(tumor marker) 수치가 갑자기 크게 오르면,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약에 내성이 생긴 걸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집니다. 특히 항암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벌써?'라는 당혹감까지 더해집니다. 하지만 표지자 수치 하나가 튀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내성'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내성' 혹은 '약제 저항성(drug resistance)'이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이는 지금 쓰고 있는 항암제가 암세포의 증식을 더 이상 충분히 억제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암세포는 시간이 지나며 약을 피해 가는 성질을 얻기도 하고, 처음부터 특정 약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판단은 한 번의 수치가 아니라 여러 정보를 종합해 내려집니다.
종양표지자는 몸속 상황을 짐작하게 해 주는 참고 지표이지, 그 자체가 암의 크기를 정확히 재는 자는 아닙니다. 염증, 감염, 담즙 흐름의 변화, 검사실 간 오차, 심지어 치료 초기에 암세포가 깨지면서 일시적으로 수치가 오르는 현상 등 다양한 이유로 값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수치의 절대값보다 여러 번에 걸친 '변화의 흐름'과 몸의 증상을 함께 살핍니다.
이때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 같은 영상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병변의 크기가 커졌는지, 새로운 병변이 생겼는지를 눈으로 확인해야 비로소 '약이 듣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진은 영상 소견과 표지자 추세, 증상 변화를 모두 모아 치료 반응을 평가하고, 필요하면 다음 치료 방향을 상의합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길게 느껴집니다. 그럴수록 한 개의 숫자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 진료 때 궁금한 점을 미리 적어 두었다가 '이 수치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다음 계획은 무엇인지'를 차분히 확인하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검사 수치와 치료 방향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