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받다 보면 조직검사나 별도의 검사에서 'HER2(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라는 낯선 이름과 함께 0, 1+, 2+, 3+ 같은 점수가 적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보는 용어와 숫자 앞에서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워 마음이 조급해지기 쉽습니다. 이 글은 특정 약의 효과를 약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런 결과가 대체 무엇을 뜻하고 앞으로 어떤 대화로 이어지는지 큰 그림을 그려보기 위한 것입니다.
HER2는 세포 표면에 있는 일종의 '신호 안테나' 같은 단백질입니다. 이 안테나가 정상보다 지나치게 많아지면(과발현) 세포가 자라라는 신호를 필요 이상으로 자주 받아 증식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실에서는 조직을 염색해 이 단백질이 얼마나 많은지를 눈으로 판정하는데(면역조직화학검사, immunohistochemistry, IHC), 그 정도를 0, 1+, 2+, 3+로 표시합니다. 보통 3+는 '과발현이 뚜렷하다', 0과 1+는 '뚜렷하지 않다'로 읽고, 애매한 2+는 유전자 수준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검사(제자리부합법, ISH/FISH)로 판정을 보강하기도 합니다.
이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같은 부위의 암이라도 이런 '표지자(biomarker)'가 있느냐에 따라 쓸 수 있는 치료의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표적을 겨냥하도록 설계된 치료를 '표적치료(targeted therapy)'라고 부르고, 최근에는 항체에 항암 성분을 실어 표적이 있는 세포에 더 집중적으로 전달하려는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같은 방식도 여러 암종에서 연구·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어떤 표지자가 어느 암에서, 어느 단계에서, 어떤 조건으로 쓰일 수 있는지는 나라와 시기의 허가·급여 기준에 따라 다르고, 개인의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남이 썼다더라'가 곧 '나에게 된다'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표적치료를 포함한 모든 치료에는 도움과 함께 부작용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일부 치료에서는 폐에 염증이 생기는 '간질성 폐질환(interstitial lung disease, ILD)'이 드물지만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 중 전에 없던 마른기침, 숨참, 계단을 오를 때의 유난한 숨가쁨, 발열 같은 변화가 생기면 '다음 진료 때 말하지' 하고 미루기보다 담당 의료진에게 되도록 빨리 알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런 신호를 일찍 전하는 것은 예민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오래 안전하게 이어가기 위한 협력입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집니다. 그럴 때는 막연한 검색으로 마음을 더 흔들기보다, 다음 진료에서 물어볼 질문을 미리 적어 두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제 검사에서 이 표지자는 어떻게 나왔나요', '지금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치료의 선택지는 무엇인가요', '각 선택지의 기대와 위험, 그리고 제가 살펴야 할 부작용 신호는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입니다. 결과의 숫자 하나보다, 그 숫자를 전체 그림 속에서 어떻게 읽고 무엇을 할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과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검사 결과의 해석과 치료 방법의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