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을 앞둔 가족이 갑자기 허공을 향해 말을 걸거나 곁에 없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오래전 직장 일이나 젊은 시절을 지금 벌어지는 일처럼 되뇌는 모습을 보면 보호자는 크게 당황합니다. 그러다 잠깐 정신이 또렷해져 이름을 부르고 손을 꼭 잡기도 합니다. 이렇게 의식과 집중이 흐려졌다 맑아지기를 반복하는 상태를 의료진은 흔히 '섬망(delirium)'이라 부르며, 특히 삶의 마지막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나타나는 경우를 말기 섬망(terminal delirium)이라고 합니다.

섬망은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 아니라 몸의 여러 장기가 동시에 지쳐 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상태입니다.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안절부절못하고 잠을 못 자며 헛것을 보고 자꾸 무언가를 잡으려 하는 '과활동형', 반대로 종일 처지고 말이 줄며 반응이 느려지는 '저활동형'입니다. 두 모습이 하루 안에서도 번갈아 나타나기도 하고, 대체로 해 질 무렵이나 밤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신장(kidney)이나 간(liver) 기능이 떨어지면서 몸속 노폐물과 전해질(electrolyte) 균형이 무너지고, 산소가 부족해지거나, 수분 섭취가 줄고, 감염이 겹치고, 통증을 다스리기 위한 진통제나 여러 약이 함께 작용하면서 뇌가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 가운데 감염·약물·탈수처럼 되돌릴 수 있는 원인이 섞여 있으면 조절로 나아지기도 하지만, 마지막 무렵의 섬망은 몸이 서서히 기능을 놓아가는 과정의 한 부분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이 가장 마음 아파하면서도 소중히 여기는 순간은 갑자기 정신이 돌아와 눈을 맞추고 대화가 통하는 '맑아지는 시간'입니다. 이런 순간이 왜 오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짧게라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다시 흐려진다고 해서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는 뜻은 아니며, 오르내림 자체가 이 시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곁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고, "저 ○○예요, 지금은 병실이에요"처럼 부드럽게 지금을 알려 주되 헛것을 두고 다투지는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익숙한 얼굴과 손의 온기, 조용하고 은은한 조명, 안경·보청기처럼 평소 쓰던 것을 챙겨 드리는 일이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침대에서 내려오려 하거나 관을 빼려 할 때가 있으니 낙상과 안전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억지로 붙잡기보다 곁을 지키며 안심시키는 편이 대개 더 편안합니다.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마세요. 갑자기 심하게 불안해하거나 통증으로 괴로워하면 의료진에게 알려 약을 조정하고 되돌릴 수 있는 원인을 살필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보호자에게 무척 힘든 경험이고, 혼란스러운 말 사이에서 마지막 대화를 놓친 것 같아 자책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흐려진 의식 속에서도 익숙한 목소리와 손길은 전해진다고 여겨집니다. 지금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나 돌봄에 관한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