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로부터 "간을 절반 넘게 떼어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덜컥 겁이 납니다. 이렇게 많이 잘라내고도 몸이 견딜 수 있을까, 남은 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지요. 하지만 간은 우리 몸에서 매우 독특한 장기입니다. 일정 조건만 갖추어지면 상당 부분을 제거해도 남은 간이 기능을 이어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크기까지 다시 회복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간은 다른 장기와 달리 재생 능력(liver regeneration)이 뛰어납니다. 건강한 간이라면 수술로 절반가량을 절제하더라도 남은 조직이 점차 커지면서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필요한 기능을 대부분 되찾습니다. 그래서 간 절제 수술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떼어내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한 간이 남느냐'입니다. 이 남는 부분을 흔히 잔존 간 용적(future liver remnant, FLR)이라고 부릅니다.
충분한 잔존 간이 확보되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항암치료를 오래 받았거나 지방간, 간경변처럼 간 자체가 약해져 있으면 같은 양을 잘라도 회복이 더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술 전에는 혈액검사로 간 기능을 확인하고, 최근에는 3차원 영상으로 간과 혈관, 병변의 위치를 입체적으로 살펴 남길 간의 부피를 미리 계산하기도 합니다. 남는 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수술 전에 남길 쪽 간을 미리 키우는 시술을 먼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술 방식도 회복에 영향을 줍니다. 예전보다 배를 크게 열지 않는 복강경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늘었지만, 절제 범위가 넓을수록 회복 기간과 통증은 대체로 커집니다. 수술 직후 며칠은 간 기능 수치가 일시적으로 나빠졌다가 남은 간이 자리를 잡으면서 서서히 안정되는 것이 보통이라, 검사 수치 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전체 흐름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남길 간의 양이 충분하다고 보는지, 회복까지 예상되는 기간과 주의해야 할 신호(황달, 심한 복통, 고열 등)는 무엇인지 의료진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궁금한 점을 미리 정리해 두면 짧은 진료 시간에도 필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의료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실제 수술과 치료 계획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