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화장실에 가는 길이나 소변을 본 직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며 정신을 잃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습니다. 이렇게 짧게 의식을 잃는 것을 의학에서는 실신(syncope)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줄어들면서 생깁니다.

새벽 화장실에서 이런 일이 잘 일어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겹칩니다. 오래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면 혈압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이 생기기 쉽고, 소변을 볼 때 힘을 주거나 소변을 본 직후 혈관이 이완되면서 나타나는 배뇨성 실신(micturition syncope)도 흔합니다. 밤사이 수분이 부족해진 상태, 빈속, 따뜻한 화장실 공기도 원인을 더합니다.

암 치료를 받는 분들은 여기에 위험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항암치료나 질환 자체로 생긴 빈혈(anemia), 구토·설사·식사량 감소로 인한 탈수, 혈압을 낮추는 약, 전해질 불균형이 어지럼과 실신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고기를 잘 못 드셔서 철분제를 떠올리는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어지럼이 모두 철분 부족 때문은 아닙니다. 빈혈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 혈액검사로 원인을 확인하기 전에 스스로 철분제를 오래 드시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철분이 부족하지 않은데 복용하면 변비·속쓰림 같은 불편만 생길 수 있습니다.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쳤다면 통증이 가라앉는지 지켜보되, 다리 저림이나 힘 빠짐, 대소변 조절이 어려운 증상이 있으면 바로 진료를 받으세요. 실신이 반복되거나, 가슴 두근거림·흉통을 동반하거나, 다치는 낙상으로 이어졌다면 심장·신경 검사가 필요할 수 있어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밤사이 낙상을 줄이려면 일어날 때 침대에 잠시 걸터앉았다가 천천히 서고, 화장실 가는 길에 작은 조명을 켜 두며, 미끄럼 방지 매트와 손잡이를 활용하세요. 낮 동안 수분을 충분히 챙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비타민C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 저녁 늦게 복용하는 것을 피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약 조절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