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주사를 처음 맞는 날, 아침 일찍 병원에 갔는데 저녁이 되어서야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싶어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하루가 긴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약을 한꺼번에 몰아넣지 않고 순서대로 하나씩 맞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방암 등에서는 세포독성 항암제와 표적치료제(targeted therapy)를 함께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세탁셀(docetaxel)이나 카보플라틴(carboplatin) 같은 항암제, 그리고 HER2 표적 항체인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퍼투주맙(pertuzumab)을 하루에 이어서 투여하기도 합니다. 약마다 주입 속도와 주의점이 달라, 사이사이 다른 약이 섞이지 않도록 수액줄을 씻어내고(플러싱) 다음 약으로 넘어갑니다.

본 약을 맞기 전에는 '전처치(premedication)'라고 부르는 예방약을 먼저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역·구토를 줄이는 약, 알레르기 반응을 눅여 주는 항히스타민제, 부종과 반응을 줄이는 스테로이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예방약을 충분히 돌게 한 뒤 본 약을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립니다.

첫 회차는 특히 천천히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적 항체나 일부 항암제는 처음 몸에 들어갈 때 오한, 발열, 얼굴이 화끈거림, 가슴 답답함 같은 '주입 반응(infusion reaction)'이 생길 수 있어, 의료진이 반응을 지켜보며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두세 번째 회차부터는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파악돼 조금 더 빨라지기도 합니다.

주사를 맞는 팔의 혈관이 뻐근하거나 시릴 수 있습니다. 약에 따라 따뜻하게 하면 편해지는 경우가 있어 온찜질을 권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따뜻하게 하면 안 되는 약도 있으니 반드시 담당 간호사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약을 맞을 때는 갑자기 더워져 땀이 나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는 오슬오슬 춥기도 합니다. 체온이 오르내리기 쉬운 하루라 얇은 담요와 부채(또는 손선풍기)를 함께 두면 그때그때 맞추기 편합니다.

수액을 많이 맞으니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됩니다. 신고 벗기 편한 신발과 헐렁한 옷이 도움이 됩니다. 대개 금식이 필요 없는 날이라, 소화가 편한 간식과 물을 조금씩 나눠 먹으면 긴 시간을 버티기 수월합니다. 충전기, 이어폰, 볼거리처럼 시간을 보낼 것들도 챙겨 두면 좋습니다. 보호자가 함께한다면 편히 앉거나 기댈 자리가 있는지 미리 알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주입 도중이나 끝난 뒤 손발이 저리거나 화끈거리는 느낌, 심하게 어지럽거나 숨이 차는 느낌, 두드러기, 갑작스러운 오한과 고열이 있으면 참지 말고 바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특히 표적 항체를 쓰는 경우 심장 기능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기도 하니, 다음 일정과 검사 안내를 함께 챙겨 두면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사용하는 약과 주입 속도, 주의사항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