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수술을 받은 뒤 끼니를 먹을 때마다 배가 조금씩 부풀고, 저녁이 되면 마치 만삭처럼 빵빵해졌다가 아침에 대변을 보고 나면 다시 가라앉는 흐름을 반복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헐렁한 바지조차 불편하게 느껴지고, 직장 복귀를 앞두고 옷차림을 걱정하게 될 만큼 일상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수술 전에는 '중년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배의 변화가, 수술 후 몸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한층 신경 쓰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수술 직후 몇 주에서 몇 달간 복부가 팽만해지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함께 작용합니다. 첫째, 수술로 장을 만지고 마취를 거치면서 장의 운동이 일시적으로 느려지고, 그 과정에서 가스가 차기 쉽습니다. 둘째, 췌장은 소화효소를 만드는 장기여서, 췌장의 일부를 절제하면 지방과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췌장외분비기능부전, pancreatic exocrine insufficiency). 이때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 장에서 발효되며 가스와 더부룩함, 기름진 변, 복부팽만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셋째, 수술로 위와 장이 연결되는 구조가 바뀌면 음식이 내려가는 속도와 리듬이 달라져 식후 팽만감이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생활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점들이 있습니다.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적은 양을 여러 번 나누어 천천히 드시고, 식사 중 말을 줄이거나 빨대 사용을 피해 공기를 덜 삼키도록 합니다. 탄산음료, 콩류, 양배추·브로콜리 같은 가스가 잘 차는 음식은 본인 반응을 보며 조절합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식후 가볍게 걷는 것도 장 운동에 도움이 됩니다. 변을 본 뒤 가라앉는 패턴이라면 변비가 팽만을 키우고 있을 수 있어, 배변 리듬을 챙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편, 담당 의료진이 '시간이 지나며 차차 나아질 가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면 그 판단을 신뢰하되, 다음과 같은 신호는 다시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배가 점점 더 단단하고 빵빵해지며 가스나 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 심한 복통·구토가 동반되는 경우, 열이 나는 경우, 기름지고 물 위에 뜨는 변이 계속되며 체중이 빠지는 경우입니다. 특히 소화효소 부족이 의심되면 소화효소제(pancreatic enzyme replacement) 처방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식사 후 증상과 변의 모습을 메모해 진료 때 보여주면 원인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의 원인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