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마음 한쪽에는 '이것만은 내 손으로 끝내고 싶다'는 바람이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던 일을 매듭짓는 것, 빚이나 재산을 정리하는 것, 가까운 이에게 못다 한 인사를 전하는 것처럼 과제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 밑바탕에는 '내 삶을 스스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런 바람을 단순한 미련이나 욕심으로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에서는 이를 삶의 의미를 지키고 존엄을 회복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봅니다.

마무리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막연히 시간을 기다리기보다 우선순위를 적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꼭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 누군가에게 맡겨도 되는 일, 마음으로만 정리하면 되는 일을 나눠 보면 부담이 한결 줄어듭니다. 재산·채무 정리나 위임처럼 법적 절차가 필요한 일은 몸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일 때 가족이나 전문가(법무·세무 상담)의 도움을 받아 미리 준비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의료진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가 정리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앞으로의 몸 상태를 어떻게 예상하면 좋을지' 물어보면, 남은 기력과 시간을 가늠하고 통증·구역 같은 증상을 미리 조절해 원하는 일에 힘을 쓸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평소 바라는 돌봄 방향을 미리 정해 두는 것(사전돌봄계획, advance care planning)도 마음의 짐을 더는 한 방법입니다.

다만 모든 일을 완벽히 끝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실패는 아니며, 미처 못 한 일은 신뢰하는 가족이나 가까운 이와 나누어 맡길 수 있습니다. 마음을 전하는 편지, 짧은 영상, 말 한마디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마무리가 됩니다.

이런 시기에 찾아오는 불안·죄책감·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혼자 견디기 버겁다면 완화의료팀의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정신건강 전문가, 또는 원하는 경우 종교적·영적 돌봄(원목·성직자 등)의 도움을 청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나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상태에 맞는 판단은 담당 의료진 및 완화의료팀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