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의 아침은 유난히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링거 줄을 바라보다가, 창밖이 밝아오는 걸 멍하니 보다가,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다. 그런 날일수록 손에 잡히는 말씀 한 구절이 참 고맙다. 오늘은 에베소서 6장, 주 안에서 그분의 능력으로 강건해지라는 그 한 줄을 가만히 붙들어 본다.

여기서 강해진다는 건 내 의지를 더 쥐어짜라는 말이 아니었다. 사실 투병하다 보면 그 의지라는 게 얼마나 쉽게 바닥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 아침엔 이불 밖으로 나오기도 버겁고. 그래서 더 위로가 되는 거다. 내 힘이 아니라 그분의 능력으로 버틴다는 말. 내가 다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처럼 들려서.

이어지는 말씀은 우리의 싸움이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막상 환자가 마주하는 진짜 적은 검사 수치나 다음 항암 일정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밤마다 찾아오는 두려움, "이러다 안 좋아지면 어쩌나" 하는 끝없는 생각,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자책 같은 것들. 보이지 않아서 더 무거운 그 마음의 싸움 말이다. 그 싸움을 혼자 짊어지지 말라는 권면이라 생각하면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전신 갑주를 입으라는 표현도 그래서 새삼 다가온다. 거창한 무장이 아니라, 아침마다 마음에 갑옷 하나 챙겨 입듯 짧은 기도와 말씀을 챙기는 일. 두려움이 쳐들어올 때 맨몸으로 맞지 않게, 미리 마음을 단단히 둘러두는 일. 거대한 무언가를 해내려 하지 말고, 그냥 오늘 하루 서 있을 수 있게 해달라고 구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니 오늘은 욕심내지 말자. 병을 단번에 이기겠다는 결심도 잠시 내려놓고, 그저 이 아침을 무사히 통과하는 것 하나면 된다. 할 일을 다 치른 뒤에도 끝내 무너지지 않고 서 있으라 했으니,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그 자체가 이미 승리다. 같은 시간 어딘가에서 비슷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기억하면, 외로움이 조금 덜어진다.

이 글은 의학적 조언이 아니라 투병의 시간을 지나는 분들과 마음 한 자락 나누려는 작은 동행입니다. 치료에 관한 결정은 늘 주치의와 상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