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을 받은 날, 정작 가장 무너지는 사람은 부모인데도 머릿속은 온통 "아이한테 이걸 어떻게 말하지"로 가득 찬다. 어떤 부모는 차마 입이 안 떨어져서 "그냥 좀 아픈 거야" 하고 얼버무리고, 또 어떤 부모는 충격받을까 봐 아예 말을 미룬다. 그런데 막상 병원을 오가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친구들이랑 못 노는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는 본능적으로 안다. 뭔가 큰일이 났다는 걸. 그때 어른들이 자꾸 눈빛을 피하고 소곤거리면, 아이는 "이건 말하면 안 되는, 무서운 거구나"라고 혼자 결론을 내려버린다. 사실 침묵이 아이를 더 외롭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핵심은 의외로 단순하다.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솔직하게, 짧게. 다섯 살에게 종양이니 항암이니 하는 단어를 다 설명할 필요는 없다. "몸 안에 나쁜 덩어리가 생겼는데, 의사 선생님이 그걸 없애는 약을 줄 거야. 그 약이 세서 머리카락이 좀 빠질 수도 있는데, 약이 다 끝나면 다시 자라."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학교 다니는 아이라면 "암"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알려줘도 괜찮다.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단어라, 차라리 부모 입으로 먼저 들려주는 편이 낫다. 거짓말은 금물이다. 한 번 들킨 거짓말은 그다음부터 부모 말을 못 믿게 만든다.
아이들이 진짜로 궁금해하고 무서워하는 건 어른들 생각과 좀 다르다. 큰 병이라는 사실보다 "나 죽어?",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 거야?", "이거 옮는 거야? 동생도 걸려?" 이런 것들이다. 특히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아이가 생각보다 많다. 동생이랑 싸워서, 채소 안 먹어서, 말 안 들어서 벌을 받는 거라고. 그러니 묻지 않아도 먼저 짚어주면 좋다. "이건 네가 잘못해서 생긴 게 절대 아니야. 누구한테 옮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끔 이유 없이 몸에 생기는 거야." 죽음을 물어오면 덮어놓고 "안 죽어"라고 약속하기보다, "의사 선생님하고 엄마 아빠가 너 낫게 하려고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솔직하면서도 든든하게 말해주는 게 낫다.
설명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아이는 그날 들은 걸 다 소화하지 못하고, 며칠 뒤에 엉뚱한 타이밍에 다시 묻기도 한다. 그럴 때 귀찮아하지 말고 그때 그 나이에 맞게 또 답해주면 된다. 감정도 막지 않는 게 좋다. 무섭다고 울거나, 병원 가기 싫다고 떼쓰거나, 화내는 건 너무 당연한 반응이다. "괜찮아, 안 무서워" 하고 덮기보다 "무섭지, 엄마도 무서워. 근데 같이 있을 거야"라고 같은 편이 되어주면 아이는 훨씬 안정된다. 그림 그리기, 인형 놀이, 책 읽기처럼 아이가 자기 식대로 마음을 푸는 통로도 막지 말자.
형제자매가 있다면 그 아이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온 집이 아픈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동안, 건강한 형제는 갑자기 투명인간이 된 기분을 느끼고 죄책감과 서운함을 동시에 안고 산다. 짧게라도 그 아이에게도 상황을 설명하고,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따로 챙겨주는 게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부모 혼자 다 짊어지려 하지 않아도 된다. 병원의 소아 사회복지사나 심리상담 선생님, 또래 환아 가족 모임 같은 도움을 받는 건 약한 게 아니라 현명한 거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일 뿐이고, 아이 나이와 상태, 가정 상황은 저마다 다르니 구체적인 건 담당 의료진이나 병원 심리상담팀과 꼭 함께 정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