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프기 시작하면 부모는 자연스럽게 치료에만 온 신경이 쏠립니다. 약, 수치, 다음 검사 일정. 그러다 보면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게 있어요. 아이가 친구들과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요. 입원이 길어지고 면역이 떨어져 학교를 못 가다 보면, 어느새 단톡방에서 빠지고 생일잔치 얘기에서도 빠지고. 아이 입장에서 그건 병만큼이나 외로운 일입니다. "나만 빠져 있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거든요.
그래서 치료 초반부터 친구 관계를 일부러 챙겨주는 게 좋습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아이가 좋아하던 친구 한두 명, 부모끼리도 편한 집을 골라서 "우리 애가 요즘 이런 상황인데 가끔 연락 주고받게 해줄 수 있을까" 하고 솔직하게 말해두는 거죠. 막상 말을 꺼내보면 대부분의 부모는 흔쾌히 도와줍니다. 다만 너무 많은 친구에게 일일이 사정을 설명하느라 부모가 지칠 필요는 없어요. 깊게 연결될 한두 명이면 충분합니다.
아이끼리 연결되는 방식은 아이 컨디션에 맞추면 됩니다. 기운이 있을 땐 영상통화로 얼굴 보며 수다 떨고, 힘들 땐 짧은 메시지나 게임 한 판이면 돼요. 사실 요즘 아이들은 같이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짤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우리 아직 친구네" 하는 감각을 유지합니다. 친구가 병문안을 오고 싶어 할 때는 면역 상태를 의료진과 먼저 확인하고, 어려우면 손편지나 영상 메시지처럼 다른 길을 열어주면 됩니다. 친구들에게 병에 대해 어디까지 말할지는 아이 본인에게 물어보세요. 어떤 아이는 다 말하는 게 편하고, 어떤 아이는 평소처럼 대해주길 바랍니다.
학교와의 끈도 같이 챙겨두면 좋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상황을 공유해두면, 반 친구들이 영상편지를 만들어 보내준다거나 행사 사진을 전해주는 식으로 아이를 챙겨주는 경우가 많아요. 병원학교나 화상수업처럼 또래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공부 진도 자체보다, 아이가 "나는 여전히 학생이고 우리 반의 일원이다"라고 느끼는 게 핵심이에요. 그 소속감이 치료를 견디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치료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갈 때를 미리 그려두는 것도 잊지 마세요. 오래 떨어져 있던 만큼 다시 어울리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머리카락이나 외모 변화에 아이가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복귀 전에 친한 친구 몇 명을 먼저 만나 분위기를 풀어주거나, 아이가 자기 상황을 친구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같이 연습해보면 한결 수월해져요. 부모가 보기엔 사소해 보여도, 아이에게 친구는 또 하나의 치료입니다.
아이마다 성격도, 치료 과정도 달라서 여기 적은 방법이 다 맞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 아이가 지금 뭘 가장 힘들어하는지는 곁에 있는 부모가 제일 잘 압니다. 의료진, 학교 선생님과 편하게 의논하면서 아이에게 맞는 속도로 천천히 가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