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폐암 진단을 받고 EGFR이나 ALK 같은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보통 그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먹기 시작합니다. 알약 하나로 종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험을 하면 솔직히 좀 안심이 되죠. 그런데 이 약이 영원히 듣지는 않습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이 지나면 암세포가 약을 피해 가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거든요. 이걸 '내성'이라고 부릅니다.

막상 약이 안 듣기 시작하면 영상에서 종양이 다시 커지거나 새로운 부위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때 담당 의사가 "다시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한 번 했는데 또 하냐며 당황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충분히 그럴 만합니다. 다만 여기서 하는 재생검은 처음 진단할 때와 목적이 좀 다릅니다. 암이 어떤 식으로 변신해서 약을 피하고 있는지, 그 '탈출 경로'를 들여다보려는 거예요.

실제로 1세대 EGFR 표적치료제를 쓰던 환자의 상당수에서 T790M이라는 새로운 변이가 생기는데, 이게 확인되면 그 변이를 직접 겨냥하는 다음 단계 약으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는 폐암 세포가 아예 소세포암처럼 성질이 바뀌어 있기도 하고요. 이렇게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알아야 그다음 치료를 헛발질 없이 정할 수 있습니다. 재생검을 하지 않으면 결국 짐작만으로 약을 바꾸게 되는 셈이라, 의료진 입장에서는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싶은 거죠.

조직을 다시 떼는 게 부담스러운 분들에게는 혈액으로 하는 검사, 이른바 액체생검이 대안이 되기도 합니다. 피를 뽑아 그 안에 떠다니는 암세포의 유전자 조각을 분석하는 방식인데, 바늘로 폐를 찌르는 부담이 없어서 몸 상태가 안 좋거나 종양 위치가 까다로운 경우에 먼저 시도해보곤 합니다. 다만 혈액검사에서 변이가 안 잡힌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니어서, 결과가 애매하면 결국 조직검사로 확인하는 흐름으로 가는 일도 있습니다. 둘 중 무엇이 나은지는 사람마다 다르니 상황을 보고 정하게 됩니다.

재생검 자체를 너무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쁜 소식이라기보다는, 다음 카드를 고르기 위한 정보 수집에 가깝거든요. 검사 방법이나 위험, 마취 여부 같은 건 궁금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담당 의료진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일 뿐이니, 본인의 치료 방향은 꼭 주치의와 상의해서 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