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치료를 받다 보면 어느 순간 의료진 입에서 "PARP 억제제"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처음 듣는 분들은 보통 이런 표정을 짓죠. "그게 항암제예요? 아니면 또 다른 거예요?" 하고요. 사실 이름이 좀 어렵게 생겼지, 알고 보면 작동 원리가 꽤 직관적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DNA가 망가지면 스스로 고치는데, 이 수리 작업을 돕는 일꾼 중 하나가 PARP라는 효소예요. PARP 억제제는 말 그대로 이 일꾼의 손을 묶어버리는 약입니다.

그럼 일꾼 손을 묶으면 뭐가 좋냐. 여기서 BRCA라는 유전자 얘기가 나옵니다. BRCA1, BRCA2는 DNA가 크게 끊어졌을 때 그걸 정교하게 이어 붙이는 또 다른 수리반인데, 난소암 환자 중 상당수가 이 유전자에 고장(변이)을 가지고 있어요. 정상 세포는 BRCA가 멀쩡하니까 PARP가 막혀도 다른 길로 수리를 하지만, BRCA가 망가진 암세포는 PARP까지 막히면 수리할 방법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양쪽 길이 다 끊기는 거죠. 결국 암세포는 망가진 DNA를 끌어안고 스스로 무너집니다. 이걸 어려운 말로 '합성치사'라고 부르는데, 두 약점이 겹치는 순간 치명적이 된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누가 이 약을 쓰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처음 PARP 억제제가 등장했을 땐 BRCA 변이가 확인된 분들에게만 주로 썼어요. 근데 연구가 쌓이면서, 꼭 BRCA가 아니어도 비슷한 수리 결함(이른바 HRD라고 부르는 상태)을 가진 종양이라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항암 화학요법으로 종양을 충분히 줄여놓은 뒤, 재발을 늦추기 위한 '유지요법'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요. 한 환자분은 1차 치료를 마치고 나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알약 형태로 이 약을 복용했는데,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매번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가장 흔한 게 메스꺼움하고 피로감이에요. 막상 복용을 시작하면 입맛이 뚝 떨어지거나, 평소보다 쉽게 지치는 분들이 꽤 됩니다. 그리고 빈혈이나 혈소판 수치 변화 같은 게 생길 수 있어서, 복용 중에는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합니다. 드물지만 신경 써야 할 합병증도 있고요. 그러니 복용 도중 평소와 다른 증상이 느껴지면 혼자 참지 말고 바로 의료진에게 말하는 게 좋아요. 용량을 조절하거나 잠시 쉬는 것만으로도 한결 편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정리하면, PARP 억제제는 난소암 세포의 'DNA 수리 약점'을 정밀하게 파고드는 표적치료제이고, BRCA 변이나 그와 비슷한 결함을 가진 분들에게 특히 잘 맞습니다. 그래서 치료 시작 전에 유전자 검사로 내 종양이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내가 이 약의 대상이 되는지, 언제 시작하고 얼마나 오래 쓰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니, 이 글은 큰 그림을 잡는 정도로만 참고하시고 구체적인 건 꼭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