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를 받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 피검사 결과지에 적힌 호중구 수치를 들여다보는 게 일이 됩니다. 이 숫자가 뚝 떨어지는 시기가 오는데, 이때는 몸의 방어선이 거의 비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세균 하나에도 아이가 크게 앓을 수 있어요.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는 "뭘 먹여야 하나", "이건 줘도 되나" 하는 고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듭니다. 막상 찾아보면 정보가 제각각이라 더 헷갈리기도 하고요.

핵심부터 말하면, 이 시기에 음식으로 지켜야 할 건 딱 하나입니다. 익히지 않았거나 오래된 것에 붙어 있을지 모를 균을 아이 입에 넣지 않는 것. 그래서 모든 음식은 속까지 푹 익혀서 따뜻할 때 줍니다. 고기든 생선이든 달걀이든 가운데까지 충분히 익었는지 확인하고, 한 번 식은 음식은 다시 데워서 내요. 생채소 샐러드, 회, 덜 익힌 반숙 달걀, 김치 같은 발효 음식은 잠시 멀리 두는 게 좋습니다. 과일은 껍질을 두껍게 깎아 먹을 수 있는 바나나나 귤처럼 손이 닿는 안쪽이 깨끗한 것 위주로 고르면 마음이 편합니다.

의외로 놓치기 쉬운 게 유제품과 견과류예요. 살균 안 된 생우유나 그 우유로 만든 치즈는 피하고, 멸균 표시가 있는 제품을 고릅니다. 견과류는 곰팡이 독소 문제가 있어서 이 시기엔 통째로 주기보다 개별 포장된 걸 소량만, 그것도 의료진과 상의 후에 주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한 번 뜯은 음식은 시간을 끌지 않아요. 상온에 두세 시간 방치된 반찬은 아깝더라도 버리는 게 낫습니다. 균은 따뜻하고 축축한 곳에서 정말 빠르게 늘거든요.

음식만큼 중요한 게 그 음식이 거쳐 가는 손과 도구입니다. 아무리 잘 익힌 죽이라도 더러운 숟가락으로 떠주면 소용이 없어요. 조리 전후로 비누 거품 내서 30초 정도 손을 씻고, 날것을 만진 도마와 칼은 익힌 음식용과 따로 씁니다. 아이가 밥 먹기 전에 손 씻기는 거의 의식처럼 챙기고, 칫솔은 부드러운 걸로 바꿔 잇몸에 상처가 나지 않게 합니다. 입안 점막이 헐면 거기로 균이 들어오기 쉬워서, 식후 물 양치나 처방받은 가글도 거르지 않는 게 좋아요.

이렇게 조심하다 보면 식단이 너무 단조로워지는 게 또 다른 걱정입니다. 안 그래도 입맛 없는 아이가 흰죽만 보면 고개를 돌리죠. 그럴 땐 익힌 재료 안에서 변화를 줍니다. 푹 끓인 미음에 곱게 간 단호박을 섞거나, 으깬 감자에 잘 익힌 닭가슴살을 넣어 부드럽게 만들거나. 따뜻한 국물 요리도 잘 넘어가고요. 양이 적어도 자주, 조금씩 주는 쪽이 한 끼를 억지로 채우려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래도 도무지 못 먹거나 열이 오르면, 음식으로 버틸 단계가 아니니 바로 병원에 알려야 합니다.

이 글은 비슷한 시기를 지나는 보호자들을 위한 일반적인 참고일 뿐이에요. 아이마다 수치도 상태도 다르니, 실제로 뭘 먹이고 뭘 빼야 할지는 꼭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하고 따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