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큰 병으로 입원하면 집안의 시계가 통째로 그 아이에게 맞춰진다. 부모는 병실과 집을 오가며 정신이 없고, 그러다 보면 멀쩡히 학교 다니는 다른 아이는 어느새 뒷전이 된다. 막상 본인은 아무 말 안 하니까 괜찮은 줄 알기 쉬운데, 사실 그 속이 제일 복잡하다. 동생이, 혹은 형이 왜 갑자기 머리가 빠지고 병원에서 자는지, 왜 엄마는 늘 울 것 같은 얼굴인지, 자기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닌지. 어린 머리로 별별 생각을 다 한다.
형제자매가 흔히 느끼는 감정은 크게 세 갈래다. 하나는 죄책감이다. 예전에 다툰 기억, 한 번 미워했던 마음 때문에 동생이 아프게 됐다고 믿는 아이가 의외로 많다. 또 하나는 소외감인데, 온 가족의 관심과 선물이 아픈 아이에게 쏠리는 걸 보면서 "나는 안 중요한가" 하는 서운함이 쌓인다. 마지막은 불안이다. 우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나도 아프면 어쩌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 이런 감정은 떼쓰기나 갑작스러운 성적 하락, 배앓이 같은 몸의 신호로 엉뚱하게 새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필요한 건 솔직한 설명이다. 나이에 맞게, 거짓말 빼고. 너무 어리다고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둘러대면 아이는 오히려 더 큰 상상을 한다. 병의 이름을 말해주고, 의사 선생님과 약이 동생을 도와주고 있다고, 그리고 이건 네가 한 어떤 행동 때문에 생긴 게 절대 아니라고 분명히 짚어주는 게 좋다. 옮는 병이 아니라는 것도 꼭. 아이들은 생각보다 단단해서, 진실을 알면 오히려 마음을 다잡는다.
관심을 나눠주는 일도 거창할 필요는 없다. 하루 십 분이라도 그 아이만을 위한 시간을 떼어두는 게 핵심이다. 같이 누워 그날 학교 얘기를 듣고, 둘만의 작은 약속 하나를 만들고, 병원에 못 가는 날이면 영상통화로 셋이 얼굴이라도 맞대는 식으로. "엄마 아빠는 너도 똑같이 사랑해"라는 말은 입으로 하는 것보다 이런 사소한 시간으로 증명될 때 더 깊이 박힌다. 가능하면 면회가 되는 선에서 병실에 데려가 직접 보게 하는 것도 막연한 공포를 줄여준다.
부모가 모든 걸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도 기억했으면 한다. 조부모나 가까운 이웃, 학교 선생님에게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면, 아이가 부모 없는 시간에도 누군가의 보살핌 안에 있게 된다. 담임 선생님이 상황을 알면 갑자기 위축된 아이를 더 따뜻하게 봐줄 수 있다. 비슷한 처지의 가족들이 모이는 모임이나 환아 형제를 위한 캠프 같은 프로그램도 있으니,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경험을 시켜주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된다.
치료가 길어지면 부모도 지치기 마련이라 모든 아이를 완벽하게 챙기긴 어렵다. 그래도 형제자매가 "나는 잊혀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그 작은 안심 하나가, 훗날 가족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마음의 상처를 훨씬 적게 남긴다. 여기 적은 건 일반적인 이야기일 뿐이라, 아이가 눈에 띄게 힘들어 보이면 소아 심리 전문가의 손을 빌리는 걸 망설이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