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한창인 아이가 밥을 자꾸 밀어낼 때가 있다. 어른도 입맛 없으면 수저 들기 싫은데, 항암제 들어간 아이는 입안이 헐고 냄새에 예민해지고 메슥거리기까지 하니 오죽할까. 그럴 때 부모가 제일 먼저 빠지는 함정이 "한 입이라도 더"다. 마음은 알겠는데, 억지로 떠먹이다 보면 아이가 식탁 자체를 무서워하게 된다. 차라리 양은 줄이고 한 입의 밀도를 높이는 쪽이 낫다.

입안이 헐고 아픈 구내염이 있을 때는 자극이 진짜 적이다. 뜨겁고 짜고 신 것, 거친 것은 잠깐 미뤄두자. 미지근하게 식힌 죽이나 으깬 감자, 부드러운 달걀찜, 푸딩처럼 목으로 술술 넘어가는 질감이 한결 편하다. 간은 평소보다 슴슴하게. 토마토나 오렌지처럼 산이 강한 건 헌 데를 콕콕 쑤시니 그날 컨디션 봐가며 빼는 게 좋다. 빨대로 마시면 아픈 부위를 덜 건드리고 넘길 수 있어서, 미음이나 묽은 스무디를 빨대에 담아 주는 작은 요령도 의외로 통한다.

냄새에 유난히 민감해지는 시기도 온다. 따뜻한 음식에서 올라오는 김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을 하는 아이라면, 음식을 일부러 미지근하거나 차게 식혀서 내보자. 차가운 요거트, 시원한 과일 퓌레, 식힌 감자전 같은 게 더 잘 들어간다. 조리할 땐 아이를 주방에서 멀찍이 떨어뜨려 놓고, 환기를 충분히 하고. 입덧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그래도 안 먹는 날은 온다. 그런 날 무리하게 끼니 채우려 들지 말고, 적은 양으로 열량과 단백질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자. 죽 한 그릇에 달걀노른자나 들기름 한 숟갈, 치즈 살짝, 곱게 간 두부를 섞으면 같은 양인데 훨씬 든든해진다. 마실 거로는 우유에 바나나 갈아 넣은 음료나 단백질이 들어간 영양 보충 음료를 조금씩 자주. 하루 세 끼라는 틀을 버리고 두세 시간마다 한두 입씩 가는 게 이 시기엔 더 현실적이다.

위생은 평소보다 한 칸 더 깐깐하게 가는 편이 안심이다. 면역이 떨어진 상태라 날것, 덜 익힌 고기나 달걀, 씻지 않은 생채소는 잠시 접어두고 충분히 익혀 따끈하게. 물도 끓였다 식힌 걸 쓰고, 남은 음식은 오래 두지 말자. 거창한 보양식보다 그날 아이 입에 들어가는 한 입이 더 값지다는 걸 기억하면, 못 먹인 날의 죄책감도 조금은 덜어진다.

여기 적은 건 어디까지나 집에서 챙길 때 도움 될 만한 이야기일 뿐이고, 아이 상태나 치료 단계에 따라 먹여도 되는 음식이 달라지니 꼭 담당 의료진이나 영양사와 상의해서 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