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시작되고 나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게 입맛이었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평소 좋아하던 음식인데도 막상 코앞에 두면 냄새부터 거북하고, 입에 넣으면 모래 씹는 느낌이라는 분도 있다. 폐 쪽 치료를 받으면서 항암제나 방사선이 겹치면 미각이 둔해지거나 입안이 헐어서 더 먹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안 먹어서 기운 없고, 기운 없으니 더 안 당기고. 이 악순환이 제일 무섭다.
그래서 처음 며칠은 욕심을 좀 버리는 게 낫다. 하루 세 끼를 꼬박 채우겠다고 식판처럼 차려놓으면 보기만 해도 질리니까, 차라리 작은 그릇에 조금씩 자주 가는 쪽이 현실적이다. 두세 시간마다 한 입씩이라도 넘긴다는 마음으로. 죽이나 미음이 부담 없다고들 하지만 사실 죽만 계속 먹으면 단백질이 턱없이 모자라진다. 죽에 달걀을 풀거나 부드럽게 익힌 두부, 곱게 다진 닭살, 흰살생선을 같이 올려주면 같은 한 그릇이라도 알맹이가 달라진다.
냄새가 문제라면 뜨거운 음식보다 미지근하거나 살짝 차가운 걸 시도해보자. 김이 올라오면서 퍼지는 냄새가 메스꺼움을 부르는 경우가 꽤 있어서, 차게 식힌 달걀찜이나 두유, 요거트, 떠먹는 푸딩 같은 게 의외로 잘 넘어가곤 한다. 입안이 까끌하고 텁텁하면 새콤한 맛이 도움이 되는데, 식사 전에 레몬물로 입을 한 번 헹구거나 음식에 약간의 신맛을 더하면 침이 돌면서 한결 먹기 수월해진다. 다만 입안이 헐어 있을 땐 신 것과 매운 것, 너무 짠 것이 오히려 따갑게 자극하니 그날 컨디션에 맞춰 조절하는 게 좋다.
막상 아무것도 안 들어가는 날도 분명 있다. 그럴 땐 씹는 것보다 마시는 걸로 칼로리를 챙기는 편이 낫다. 우유에 바나나와 두유를 갈아 넣은 셰이크, 미숫가루, 단백질 보충 음료처럼 한 모금에 영양이 실린 것들이 그렇다. 물을 너무 식사 직전에 많이 마시면 금세 배가 불러서 정작 음식을 못 넘기게 되니, 수분은 식사 사이사이에 나눠 마시는 게 요령이다. 그리고 입맛이 잠깐이라도 돌아오는 시간대가 사람마다 있다. 아침이 그나마 낫다는 분이 많은데, 그 황금 같은 시간을 놓치지 말고 그때 제일 잘 먹는 음식을 챙겨두자.
체중이 한두 주 사이 눈에 띄게 빠지거나, 물 한 모금 넘기기도 힘들 만큼 삼킴이 불편하거나, 토하는 게 멈추지 않으면 혼자 버티지 말고 치료팀에 꼭 알려야 한다. 입맛 떨어지는 걸 그냥 견뎌야 하는 거라 여기는 분이 많은데, 요즘은 식욕을 돕거나 메스꺼움을 줄여주는 방법도 있고 영양 상담을 따로 받을 수도 있다. 잘 먹는 것도 치료의 한 부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 글은 비슷한 시기를 지나는 분들과 나누는 경험담일 뿐이고, 실제 식사 조절은 꼭 담당 의료진·영양사와 상의해서 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