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말, 귀가 닳도록 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막상 식판 앞에 앉으면 뭘 어떻게 챙겨야 할지 막막하죠. 대장 건강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식이섬유인데, 사실 이게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닙니다. 평소 밥상에 슬쩍 끼워 넣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식이섬유가 장 속을 지나가면서 노폐물을 끌고 내려가고, 장에 사는 좋은 세균들의 먹이가 되어 준다는 점만 알아도 절반은 시작한 셈입니다.

식이섬유라고 다 같은 게 아니라는 점부터 짚고 넘어갈게요. 크게 물에 녹는 수용성과 녹지 않는 불용성으로 나뉘는데, 둘이 하는 일이 좀 달라요. 귀리나 보리, 사과, 콩 같은 데 든 수용성 섬유는 물을 머금어 끈적해지면서 천천히 소화되도록 도와주고, 통밀이나 현미, 잎채소 줄기에 많은 불용성 섬유는 변의 부피를 키워 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듭니다. 한쪽만 챙기기보다 둘을 같이 먹는 게 좋은데, 다행히 자연식품은 대부분 두 가지를 섞어 갖고 있어서 골고루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균형이 맞아요.

그럼 하루를 어떻게 굴리면 될까. 아침엔 흰쌀밥 대신 잡곡을 살짝 섞은 밥이나 귀리를 우유에 불려 먹는 정도로 시작하고, 점심엔 어떤 메뉴든 채소 반찬을 한두 가지 더 곁들이는 식이에요. 간식이 당길 땐 과자 대신 사과 한 알, 견과류 한 줌. 저녁엔 콩이나 두부, 버섯, 미역 같은 걸 넣은 국이나 나물을 챙기면 됩니다. 거창한 식단표를 짤 필요도 없어요. 끼니마다 '색깔 있는 채소가 하나는 올라가 있나' 정도만 자문해도 꽤 잘 굴러갑니다.

한 가지 자주 놓치는 게 물이에요. 식이섬유는 물을 만나야 제 역할을 하거든요. 갑자기 채소만 잔뜩 늘리고 물은 안 마시면 오히려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서 고생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양을 한 번에 확 올리기보다 일주일 정도 간격을 두고 조금씩 늘리는 걸 권합니다.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는 거죠. 막상 해 보면 며칠 만에 화장실 가는 게 편해졌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가공육이나 기름진 음식, 정제된 흰 밀가루를 줄이는 것도 같이 가면 효과가 더 좋습니다. 식이섬유를 늘리는 건 결국 빼는 식습관과 짝을 이룰 때 빛이 나니까요. 그렇다고 좋아하는 걸 다 끊으라는 얘긴 아니에요. 라면이 먹고 싶으면 먹되 거기에 콩나물이나 시금치 한 줌 넣어 보는 식으로, 조금씩 더하는 방향이 오래갑니다.

여기 적은 건 일상에서 챙기면 좋은 일반적인 식습관 이야기일 뿐이에요. 소화기에 지병이 있거나 치료 중이라면 섬유질 섭취량을 두고 꼭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고 본인 몸에 맞춰 조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