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안내문을 받으면 항상 들어 있는 항목이 하나 있다. 대변을 작은 통에 묻혀서 보내라는, 좀 민망하고 귀찮은 그 검사. 정식 이름은 분변잠혈검사인데, 말 그대로 변에 눈에 안 보이는 피가 섞여 있는지를 보는 거다. 대장에 작은 혹이나 종양이 생기면 표면이 헐면서 미세하게 피가 나는 경우가 있고, 그 피를 화학적으로 잡아내는 게 이 검사의 원리다. 솔직히 받기 싫은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근데 이 한 장이 대장암을 꽤 이른 단계에서 걸러내는 첫 관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국가암검진에서는 만 50세부터 해마다 한 번씩 이 검사를 받게 되어 있다. 매년이라는 게 포인트다. 한 번 깨끗하게 나왔다고 몇 년 안심하는 게 아니라, 1년 단위로 반복해서 봐야 놓치는 걸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대장에 생기는 변화는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작년엔 멀쩡했어도 올해 새로 생긴 출혈이 잡힐 수 있으니까. 그래서 "작년에 했는데 또 해요?" 싶어도 그게 정상이다.
그럼 결과가 양성이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많은 분들이 덜컥 겁을 먹는데, 변에 피가 비쳤다고 곧 암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치질, 항문이 살짝 찢어진 것, 먹은 음식, 생리혈이 섞인 경우 등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다만 잠혈이 확인되면 그 원인을 확실히 봐야 하기 때문에 대장내시경을 권한다. 사실 분변검사는 '내시경을 받아야 할 사람을 골라내는' 1차 거름망에 가깝다. 양성이 나왔다면 미루지 말고 내시경으로 직접 들여다보는 게 맞다.
한편 처음부터 내시경으로 검진을 시작하는 길도 있다. 대장내시경은 검사 한 번으로 대장 안을 직접 보면서, 용종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떼어낼 수도 있다. 그래서 검진이면서 동시에 작은 치료가 되기도 한다. 보통 결과가 깨끗하면 5년쯤 뒤에 다시 보자고 하는데, 용종이 여러 개 나왔거나 크기가 컸다면 더 짧은 간격으로 추적하자고 안내받는다. 간격은 사람마다 다르니 검사 끝나고 받은 설명을 잘 기억해두는 게 좋다.
막상 신경 써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부모나 형제 중에 대장암을 앓은 분이 있거나, 본인이 염증성 장질환을 오래 앓았거나, 예전에 용종을 떼어낸 적이 있다면 일반적인 50세 기준보다 일찍, 더 자주 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변 보는 습관이 갑자기 바뀌고 가늘어졌다거나, 변에 피가 보이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빠진다면 검진 주기를 따질 게 아니라 그냥 병원부터 가는 게 맞다. 정기검진은 증상이 없을 때 미리 거르자는 거고, 증상이 있으면 그건 다른 이야기다.
정리하면, 별다른 위험요인이 없으면 50세부터 매년 분변잠혈검사, 양성이면 내시경. 가족력이나 과거력이 있으면 의사와 의논해 더 일찍 시작하면 된다. 여기 적은 건 일반적인 안내일 뿐이라, 내 몸 상태에 딱 맞는 주기는 검진받는 곳에서 한 번 더 확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