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을 시작하기 며칠 전, 의료진이 케모포트(chemoport)를 심자고 했다. 가슴 피부 아래에 작은 단추 같은 장치를 넣고 거기서 굵은 혈관으로 가는 관을 연결해 두는 거라고 했다. 매번 팔 혈관을 찾아 찌르지 않아도 되고, 독한 약이 가는 혈관을 상하게 하는 걸 막아준다고.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그 작은 몸에 또 뭔가를 심는다는 말이 한참 동안 마음에 얹혔다.

삽입은 수술실에서 짧은 마취 아래 이루어졌다. 아이를 들여보내고 복도에서 기다리던 그 삼사십 분이 어찌나 길던지. 다시 만난 아이는 가슴에 작은 거즈를 붙이고 있었고, 그 아래로 단추만 한 게 살짝 도드라져 만져졌다. 처음엔 그 부분을 만지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서, 안아줄 때도 반대쪽으로 안았다.

막상 써보니 처치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항암하는 날이면 간호사가 포트 위 피부를 소독하고 특수한 바늘을 톡 꽂는데, 미리 마취 연고를 발라두면 아이가 덜 아파했다. 그 한 번의 따끔함으로 그날의 채혈도, 약 주입도, 수액도 다 해결됐다. 팔을 몇 번씩 찔러 울던 예전을 생각하면, 아이도 나도 이 작은 장치에 점점 고마워졌다.

집에서의 관리가 사실 더 신경 쓰였다. 바늘을 뽑고 온 날은 꽂았던 자리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붙여준 드레싱이 젖거나 떨어지지 않게 살폈다. 목욕할 때는 그 부위에 물이 닿지 않도록 방수 스티커를 붙이거나 가볍게 닦는 정도로 대신했다. 아이가 활발하게 움직이다 포트 부위를 세게 부딪치지 않게 하는 것도 늘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가장 무서웠던 건 열이 났을 때였다. 포트를 가진 아이는 그 관을 통해 균이 들어가 감염이 생길 수 있다고 들었던 터라, 밤에 아이 이마가 뜨거워지면 심장이 철렁했다. 포트 주변이 빨갛게 붓거나 진물이 나는지, 아이가 그 부위를 아파하는지 살피고, 38도가 넘으면 망설이지 않고 병원에 연락했다. '별것 아니면 어쩌지' 하는 마음은 접어두는 게 낫다는 걸, 몇 번의 밤을 지나며 배웠다.

치료가 길어지면서 그 작은 단추는 어느새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됐다. 아이는 '이거 덕분에 안 아프게 약 맞는 거'라고 제법 의젓하게 말하기도 했다. 처음엔 또 하나의 두려움이었던 것이, 지나고 보니 길고 험한 길을 함께 건너준 든든한 통로였다. 같은 길을 막 시작하는 부모가 있다면, 처음의 그 막막함은 시간이 지나며 분명히 익숙함으로 바뀐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글은 보호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나눈 것으로, 의학적 조언이나 표준 관리 지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케모포트 관리와 발열 대응은 아이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반드시 담당 의료진의 안내를 따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