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수치가 크게 흔들려 급히 검사를 받았는데, 진료실에서 '오늘 안에 입원해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과 '다만 우리 병원에서는 어렵다'는 말을 함께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료의뢰서를 받아 들고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밤늦게 깨어 첫차 시간부터 찾아보게 되는 하루입니다. 이때 머릿속에 뒤엉키는 것들은 사실 성격이 다른 네 갈래이고, 나눠서 적어 두면 새벽에 움직이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첫째, '오늘 안에'라는 말의 무게입니다. 혈액질환 중에는 진단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시간 단위로 상태가 바뀔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백혈구가 아주 높거나 아주 낮을 때, 혈소판이 크게 떨어져 출혈 위험이 있을 때, 헤모글로빈이 낮아 심장에 부담이 갈 때는 입원 자체가 치료의 시작입니다. 급성 백혈병(acute leukemia)처럼 세포가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에는 치료를 시작하면서 종양용해증후군(tumor lysis syndrome)이라는 대사 이상이 따라올 수 있어 수액과 채혈을 촘촘히 해야 하고, 호중구감소(neutropenia) 상태에서는 열 하나가 응급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입원해서 보자'는 말은 지연시켜도 되는 권유가 아니라 일정의 성격에 대한 설명에 가깝습니다.
둘째, 집 근처 병원이 '안 받는' 것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다릅니다. 혈액암 초기 치료에는 무균 병실이나 1인 격리 병상, 24시간 대기하는 혈액내과 인력, 혈소판·적혈구 성분수혈(transfusion)을 밤에도 공급할 수 있는 혈액은행, 골수검사와 염색체·유전자 검사를 빠르게 처리하는 검사실, 필요하면 조혈모세포이식(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ation)까지 이어지는 체계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그날 비어 있지 않으면 환자를 받는 것이 오히려 위험합니다. 거절이 아니라 역할 분담이라고 이해하면, 옮겨 가는 길 위에서 마음이 덜 무겁습니다.
셋째, 어떻게 가느냐는 별개의 판단입니다. 첫차를 타는 것이 가능한 상태인지, 자가용으로 보호자가 운전하는 편이 나은지, 구급차로 병원 간 이송이 필요한지는 지금의 몸 상태가 정합니다. 열이 있거나, 앉아 있기 어려울 만큼 어지럽거나, 숨이 차거나, 출혈이 있는 상태라면 대중교통으로 몇 시간을 이동하는 것 자체가 위험 요인이 됩니다. 의뢰서를 써 준 병원이나 가려는 병원의 응급실에 전화해 '지금 상태로 새벽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해도 되는지'를 그대로 묻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도착 방식에 따라 응급실을 경유할지 외래로 갈지도 달라집니다.
넷째, 밤 사이에 나타나면 첫차를 기다리지 않아야 하는 신호들이 있습니다. 38도 이상의 열, 멎지 않는 코피나 잇몸 출혈, 검은 변이나 붉은 소변, 새로 생긴 심한 두통·구토·시야 이상, 숨참이나 가슴 통증, 의식이 흐려지는 느낌,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 등입니다. 이런 경우는 계획했던 병원까지 참고 가는 것보다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가서 상태를 안정시킨 뒤 이송을 논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챙길 것들도 미리 한자리에 모아 두면 좋습니다. 진료의뢰서, 최근 혈액검사 결과지 전체(한 장이 아니라 날짜별로), 이미 시행한 검사가 있다면 말초혈액도말 슬라이드나 골수검사 슬라이드·블록 대여, 영상 CD와 판독지, 현재 복용 중인 약과 건강기능식품 목록, 과거 병력과 수술력, 신분증과 보험 관련 서류, 여벌 옷과 세면도구입니다. 혈액질환은 입원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 '당일 검사만 하고 돌아온다'는 전제로 짐을 싸지 않는 편이 낫고, 동행할 보호자 한 명은 처음부터 함께 가는 것이 좋습니다. 도착한 병원에서 검사를 다시 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앞의 검사가 틀려서가 아니라 치료 전 기준값과 세부 분류를 자기 검사실 기준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루를 통째로 견디고 나서야 겨우 잠들었다가 다시 새벽에 일어나는 몸에 대해서도 한 줄 적어 두시길 권합니다. 물과 최소한의 식사, 복용 중인 약의 시간, 그리고 옆에서 대신 기억해 줄 사람. 이 세 가지가 새벽 이동의 안전을 크게 좌우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검사 결과, 이동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진료 중인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