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를 여러 차례 받고도 머리카락이 그대로일 때 마음은 두 갈래로 갈립니다. 한쪽은 다행이라는 안도이고, 다른 한쪽은 혹시 약이 몸에서 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입니다. 환자 커뮤니티에는 부작용이 없으면 약효도 없다는 식의 말이 오래 떠돌지만, 이 문장은 의학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탈모가 나타나는지, 언제 나타나는지, 어디까지 진행되는지는 서로 다른 몇 개의 축에서 결정되고, 그 축들은 종양이 줄어드는지 여부와 같은 선 위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첫 번째 축은 쓰는 약의 계열입니다. 세포독성 항암제 중에도 빠르게 분열하는 모낭 세포에 강하게 작용해 완전 탈모(complete alopecia)를 흔히 일으키는 계열이 있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숱이 줄어드는 정도의 부분 탈모에 그치는 경우가 더 흔한 계열이 있습니다. 대장·직장암에서 널리 쓰이는 플루오로피리미딘(fluoropyrimidine)과 이리노테칸(irinotecan) 조합은 대체로 후자에 가까워, 거의 변화가 없는 사람부터 빗질할 때 눈에 띄게 늘어나는 사람까지 폭이 넓습니다. 여기에 함께 투여하는 혈관신생억제 표적치료제(bevacizumab)는 탈모가 대표 부작용으로 알려진 약이 아닙니다. 같은 이름의 치료를 받아도 머리카락의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축은 부작용의 유무와 치료 반응이 애초에 다른 잣대라는 점입니다. 치료가 듣고 있는지는 일정 간격으로 시행하는 영상검사(CT 등)의 크기 변화, 종양표지자의 추세, 증상의 변화, 진찰 소견을 함께 놓고 판단합니다. 반면 부작용의 정도는 약물 대사 효소의 개인차, 실제 투여된 용량과 감량 여부, 함께 쓰는 지지요법 약, 나이와 이전 치료력, 원래의 모발 밀도와 두피 상태 같은 조건에 좌우됩니다. 두 축이 겹치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한쪽으로 다른 한쪽을 추정할 수는 없습니다. 부작용이 가벼운 것은 그 자체로 나쁜 신호가 아니며, 반대로 부작용이 심하다고 해서 효과가 크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세 번째 축은 시간표입니다. 탈모가 생기는 경우 대개 첫 투여 후 2~4주 무렵부터 베개나 배수구에서 양이 늘고, 두세 번째 주기 전후에 가장 뚜렷해지는 흐름이 흔합니다. 다만 주기가 쌓이면서 서서히 가늘어지는 형태로만 나타나 본인은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고, 눈썹·속눈썹·체모가 먼저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섯 번째 주기까지 변화가 없었다면 이후 갑자기 대량으로 빠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약을 바꾸거나 새로 추가할 때는 그 시점부터 다시 시간표가 시작된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네 번째 축은 두피와 모발 자체의 상태입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일과 두피가 아픈 일은 다른 문제입니다. 두피에 통증·발적·비늘·고름·물집이 동반되거나, 동전처럼 경계가 뚜렷한 자리가 생기거나, 발진과 열이 함께 온다면 항암제의 탈모와는 다른 원인(약물 발진, 지루피부염, 세균·바이러스 감염, 원형 탈모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관리 자체는 단순합니다. 순한 세정제로 부드럽게 감고, 뜨거운 바람과 강한 당김, 염색·펌 같은 화학 처리는 치료 기간에 줄이며, 두피의 자외선 노출을 가려 주는 정도면 대개 충분합니다. 두피냉각(scalp cooling) 같은 방법은 적용 가능한 약제와 시행 여건이 기관마다 달라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할 사항입니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대개 수 주에서 수 개월에 걸쳐 다시 자라며, 처음 얼마간은 굵기·색·곱슬기가 예전과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다음 진료 전에는 이 순서로 적어 두면 짧은 시간에 필요한 답을 얻기 쉽습니다. 첫째, 지금 쓰는 약의 이름과 몇 번째 주기인지, 중간에 용량을 줄이거나 미룬 적이 있는지. 둘째, 머리카락 외의 몸의 변화(설사, 구내염, 손발 저림, 피로, 식욕과 체중)를 날짜와 함께. 셋째, 두피에 눈에 보이는 증상이 있는지, 있다면 사진. 넷째, 효과 판정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하기로 되어 있는지—다음 영상검사 시점과 표지자 확인 일정. 다섯째, 복용 중인 다른 약과 건강기능식품 목록. 그리고 발열, 두피의 통증이나 고름, 갑작스러운 국소 탈모, 전신 발진이 있으면 다음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치료받는 곳에 먼저 연락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이며 개별 환자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치료 계획과 증상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