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에서는 수술 전에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선행요법(neoadjuvant chemoradiotherapy)이 널리 쓰인다.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주변 조직과의 경계를 정리해 수술의 조건을 좋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치료가 끝나고 시행한 영상검사에서 '대부분 줄었다',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때 가족이 가장 먼저 품는 의문은 대개 하나다. 이만큼 좋아졌는데 왜 수술을 해야 하는가.
영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과 몸 안에 남은 암세포가 없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CT나 MRI, 내시경으로 확인하는 것은 '반응의 정도'이지 '완전한 소멸'의 증명이 아니며, 남은 세포의 유무는 절제한 조직을 현미경으로 본 뒤에야 확인된다. 반응이 매우 좋은 일부 환자에서 수술을 미루고 지켜보는 비수술적 경과관찰(watch and wait) 전략이 논의되기도 하지만, 이는 엄격한 조건과 매우 촘촘한 추적검사를 전제로 하며 재성장 가능성을 함께 감수하는 선택이다. 어떤 길이 맞는지는 개인의 종양 위치·반응 정도·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수술을 권한다'는 설명의 근거를 진료실에서 직접 되묻는 편이 낫다.
그런데 실제로 환자 본인이 붙들려 있는 두려움은 암 자체가 아니라 전신마취인 경우가 있다. 마취에서 깨어난 뒤 기억이 흐려지거나 사람을 못 알아볼까 봐 겁이 난다는 이야기다. 이 걱정은 하나가 아니라 최소한 네 갈래로 나눠 보아야 정리가 된다.
첫째는 수술 후 섬망(postoperative delirium)이다. 수술 뒤 며칠 사이에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거나, 밤에 초조해지고 헛것을 보는 듯한 상태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고령 환자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며, 대개 일시적이어서 원인이 교정되면 며칠 안에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마취제 하나 때문이라기보다 통증, 수면 부족, 탈수, 전해질 이상, 감염, 변비와 소변 저류, 진정 계열 약물 등이 겹칠 때 잘 생긴다. 뒤집어 말하면 상당 부분은 예방과 조기 발견이 가능한 영역이다.
둘째는 수술 후 인지기능 변화(postoperative cognitive dysfunction)다. 섬망처럼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수술 뒤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집중력이나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 느낌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며 회복되며, 마취가 치매를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는 확립되어 있지 않다. 나이, 원래의 인지 상태, 수술의 크기와 염증 반응, 입원 환경 등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셋째는 과거 마취의 기억이다. 제왕절개 때의 경험을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제왕절개는 대개 척추마취나 경막외마취 같은 부위마취로 진행되어 전신마취와 몸이 겪는 과정이 다르다. 또한 수십 년 전의 마취와 지금의 마취는 사용하는 약, 감시 장비, 수술 후 통증조절 방식이 상당히 달라졌다. '그때 힘들었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전제 자체를 마취과 상담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넷째는 개인의 위험요인이다. 고령, 이전부터 있던 기억력 저하, 수면무호흡, 음주 습관, 청력·시력 저하, 빈혈, 신장·간 기능, 그리고 평소 복용 중인 수면제·항불안제·항콜린 작용이 있는 약들은 섬망 위험과 관련이 있다. 이 항목들은 미리 확인하면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적지 않다.
마취 전 상담 전에 종이 한 장에 정리해 두면 좋은 것은 다음과 같다. 복용 중인 모든 약과 건강기능식품의 이름과 용량, 특히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과거 마취에서 겪은 문제(구토, 통증, 깨어난 뒤의 혼동, 기도 문제)와 그 마취가 부위마취였는지 전신마취였는지. 최근 3~6개월 사이 기억력이나 일상 수행에 변화가 있었는지. 음주와 흡연, 코골이와 수면 중 무호흡 여부. 그리고 이번 수술에서 어떤 마취 방법을 예정하고 있는지, 수술 후 통증은 어떤 방식으로 조절하는지, 섬망 예방을 위해 병동에서 시행하는 조치가 있는지를 질문 목록으로 만들어 두는 것이다.
입원 중에 가족이 도울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안경과 보청기를 병실에서도 쓰게 하기, 낮에는 커튼을 열고 짧게라도 걷게 하기, 밤에는 불필요한 소음과 조명을 줄이기, 시계와 달력을 눈에 보이는 곳에 두기, 통증을 참지 말고 제때 알리기, 수분과 배변·배뇨 상태를 살피기, 익숙한 물건과 사진을 곁에 두기 같은 것들이다. 밤에 평소와 다른 모습이 보이면 '나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지 말고 간호사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편이 낫다.
마지막으로, 가족의 역할은 설득이 아니라 두려움의 실체를 함께 나누는 데 가까울 수 있다. 무섭다는 말 뒤에 있는 것이 마취인지, 수술 후의 배변 변화인지, 장루 가능성인지, 자녀에게 짐이 되는 상황인지에 따라 필요한 설명이 완전히 달라진다. 치료 방법의 선택은 결국 환자 본인의 결정이며, 마취과 상담이나 다학제 진료를 통해 궁금한 점을 직접 듣는 자리를 요청할 수 있다. 수술 시기를 조정하거나 다른 선택지를 검토하는 경우에도, 그 결정이 어떤 위험과 어떤 추적검사 일정을 동반하는지는 반드시 확인해 두어야 한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치료 방법과 마취 계획, 검사 일정에 관한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