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에서 깬 다음 날, 회진 시간에 듣는 설명은 대개 짧습니다. '복막은 깨끗했다', '췌장 쪽은 보이지 않는다', '난소는 떼어냈다' 같은 문장이 몇 초 사이에 지나가고, 통증과 졸음 사이에서 그 말을 온전히 붙잡기는 어렵습니다. 퇴원해 정신이 맑아질 무렵이면 '그래서 지금 남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 남습니다. 아래는 그 며칠 사이에 무엇이 이미 정해졌고 무엇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지를 나누어 본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첫째, 수술장에서의 '보이지 않는다'는 육안 소견(gross findings)입니다. 집도의가 개복 시야나 복강경 화면으로 판단하는 것은 눈에 띄는 결절, 색과 질감의 변화, 만졌을 때의 딱딱함입니다. 선행 항암치료를 받은 뒤의 수술에서는 이전에 보이던 자리가 흉터처럼 변해 있거나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육안으로는 현미경 단위의 세포까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그 시점, 그 시야에서 확인되는 병변이 없었다는 뜻이며 최종 결론과는 층이 다릅니다.

둘째, 복강세척세포검사(peritoneal washing cytology)입니다. 위암 수술에서는 배 안에 생리식염수를 넣었다가 다시 빼내어 그 안에 암세포가 떠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함께 시행하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는 복막 결절이 없어도 세포가 검출될 수 있고, 반대로 음성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결과는 수술 당일이 아니라 며칠 뒤에 나오는 것이 보통이므로, 회진에서 들은 '깨끗했다'와 이 검사 결과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수술 중 동결절편검사(frozen section)입니다. 절제 범위를 정하거나 의심스러운 조직의 성격을 그 자리에서 판단해야 할 때, 조직 일부를 얼려 빠르게 판독합니다. 수십 분 안에 답이 나오는 대신 조직 전체를 보지는 못하므로, 최종 판독에서 내용이 보완되거나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술 직후 들은 설명과 나중의 결과지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때가 있습니다.

넷째, 최종 병리 결과지(final pathology)입니다. 절제한 위와 림프절, 함께 떼어낸 장기를 모두 처리해 현미경으로 확인한 결과로, 대개 수술 뒤 1~2주 사이에 나옵니다. 여기에는 절제연에 암이 닿았는지, 검사한 림프절 가운데 몇 개에서 전이가 확인되었는지, 선행 항암을 받았다면 치료에 얼마나 반응했는지(종양 퇴행 정도, tumor regression grade)가 기술되기도 합니다. 병기 표기 앞의 'y'는 선행치료를 받은 뒤의 병기라는 표시입니다. 이후 보조치료를 할지,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할지는 회진에서 받은 인상보다 이 결과지에 더 많이 기대어 정해집니다.

난소를 함께 절제하는 경우도 같은 흐름 안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암이 난소로 퍼지는 형태가 알려져 있어(크루켄버그 종양, Krukenberg tumor) 수술 중 난소에 이상이 확인되면 조직 확인을 겸해 절제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절제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조직에서 무엇이 확인되었는지이며, 그 내용 역시 병리 결과지에 적힙니다. 폐경 전이라면 양쪽 난소를 절제한 뒤의 호르몬 변화와 관리에 대해 따로 설명을 들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결과를 듣기 전에 정리해 둘 순서. ① 회진에서 들은 문장을 해석을 붙이지 말고 기억나는 대로 그대로 적어 둡니다. ② 실제 절제 범위(위를 어느 정도, 림프절 범위, 함께 떼어낸 장기)를 확인합니다. ③ 복강세척세포검사를 했는지, 결과는 언제 나오는지 묻습니다. ④ 최종 병리 결과가 나오는 날짜와 그 설명을 어느 진료과에서 듣게 되는지 확인합니다. ⑤ 다음 치료 결정이 결과지의 어떤 항목에 달려 있는지 한 줄로 물어 둡니다. ⑥ 질문은 세 가지 이내로 줄여 적어 가면 짧은 외래에서도 답을 받기 쉽습니다.

회복기의 몸에 대해서도 한 가지 덧붙입니다. 수술 다음 날부터 걷기를 권하는 것은 무리를 시키려는 뜻이 아니라 혈전, 폐 합병증, 장운동 회복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만 걷기는 통증이 어느 정도 조절될 때 가능한 일이므로, 참기보다 아픈 정도와 시점을 그때그때 알리는 편이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퇴원 뒤 열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심하게 아프거나 상처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늘면, 다음 외래를 기다리지 말고 연락할 기준을 미리 받아 두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검사 결과와 몸 상태에 맞는 판단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