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그림, 서예, 뜨개질처럼 손을 쓰는 시간을 다시 갖고 싶어지는 때가 옵니다. 여러 연구에서 창작 활동이 불안과 우울감을 덜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왔지만, 그 자체가 암을 치료하거나 재발을 막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해도 되나요'라는 한 가지 질문보다, '지금 내 몸의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하면 되나요'로 바꿔 물을 때 답이 훨씬 구체적으로 돌아옵니다. 실제로 이 질문은 서로 다른 네 갈래로 갈립니다.
첫째는 감염 노출입니다. 세포독성 항암제를 맞으면 백혈구, 그중에서도 호중구가 주사 뒤 대략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가장 낮아지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같은 '미술 수업'이라도 사람이 밀집한 실내 교실인지, 환기가 잘 되는 넓은 공간인지, 붓과 물통과 팔레트를 여러 사람이 돌려 쓰는지에 따라 노출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손을 자주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가까이 있는지, 수업 전후로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할 수 있는지도 같은 축 위에 놓입니다. 수치가 낮아지는 시기를 알고 그 주간만 일정을 비우는 방식이, 활동 자체를 통째로 접는 것보다 현실적일 때가 많습니다.
둘째는 손의 감각입니다. 일부 항암제는 손끝과 발끝의 저림, 시린 느낌, 감각 둔화를 남기며 이를 항암제 유발 말초신경병증이라고 부릅니다. 붓을 쥐는 힘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불편에 그치지만, 커터칼·조각도·전기 인두·글루건처럼 날카롭거나 뜨거운 도구를 쓸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통증과 온도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는 베이거나 데인 것을 늦게 알아차리고, 혈소판이 낮은 시기에는 작은 상처에서도 피가 오래 납니다. 손 감각의 변화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단추를 잠그거나 젓가락을 쥐는 일상 동작에도 영향을 주는지를 적어 두면 치료 용량을 조정할 때 참고 자료가 됩니다.
셋째는 재료와 공기입니다. 유화용 용제, 스프레이 정착액, 일부 접착제와 라커에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나오고, 목탄과 파스텔은 고운 가루가 날립니다. 이런 재료가 암을 악화시킨다는 뜻이 아니라, 치료 중에는 냄새에 민감해져 구역감이 커지거나 기침·목 불편이 오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성 물감처럼 용제가 필요 없는 재료를 고르고, 창가나 환기구 가까운 자리를 잡고, 스프레이 작업은 실외나 별도 공간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줄어듭니다. 폐 수술을 받았거나 방사선치료로 기침이 남아 있다면 이 부분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넷째는 체력 배분입니다. 한 자리에 두 시간 앉아 집중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활동이고, 치료 주기 안에서도 컨디션이 좋은 요일과 힘든 요일이 대체로 반복됩니다. 유방 수술이나 겨드랑이 림프절 절제를 받은 쪽 팔을 오래 반복해 쓰는 경우에는 붓기와 무거운 느낌이 생기지 않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한 번에 오래 하기보다 짧게 나누어 하고, 중간에 팔과 어깨를 펴는 시간을 넣는 편이 오래 이어가기에 유리합니다.
다음 진료 전에는 네 줄만 정리해 가면 충분합니다. 첫째, 가장 최근 혈액검사에서 호중구와 혈소판 수치, 그리고 다음 저점이 예상되는 시기. 둘째, 활동 장소의 환기 상태와 인원, 도구를 공유하는지 여부. 셋째, 손발 저림이나 감각 변화가 시작된 시점과 일상 동작에 미치는 영향. 넷째, 한 번에 몇 분, 주 몇 회를 생각하고 있는지. 이 네 가지를 적어 가면 '되도록 조심하세요'가 아니라 '이 주간은 피하고 이런 재료로 바꾸세요' 같은 답을 받기 쉽습니다. 다만 38도 이상의 열이나 오한, 이유 없이 생긴 멍이나 잘 멎지 않는 출혈, 갑자기 심해진 손 저림으로 물건을 놓치는 일이 생기면 다음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치료받는 곳에 먼저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사용 중인 항암제의 종류, 혈액검사 수치, 수술 부위와 동반 질환에 따라 권고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활동을 시작하거나 조정하기 전에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