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을 받은 직후, 치료 일정보다 먼저 도착하는 우편물이 있습니다.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안내문입니다. 특히 오래전에 다른 암을 치료한 적이 있는 분이 유병자용(간편심사) 상품에 가입한 뒤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새로운 암을 진단받으면, 보험회사는 가입 당시 알리지 않은 사항이 있었는지를 다시 살펴봅니다. 이때 당사자가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지점은 대개 하나로 모입니다.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는데, 기록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짚어 둘 것은, 진료기록에 적히는 말과 환자가 진료실에서 들은 말이 자주 어긋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갑상선 수술 뒤 흔히 쓰이는 '잔존'이라는 단어는 최소한 네 가지를 가리킬 수 있습니다. 첫째, 수술에서 의도적으로 남겨 둔 정상 갑상선 조직(잔여 갑상선, thyroid remnant)입니다. 둘째, 초음파나 CT에서 보이지만 크기가 작고 성격이 분명하지 않아 경과를 지켜보기로 한 결절입니다. 셋째, 혈액에서 측정하는 관련 수치(예: 갑상선글로불린, thyroglobulin)가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넷째, 실제로 남아 있거나 재발한 것으로 판단된 암 병변입니다. 앞의 세 가지는 정기 관찰의 대상일 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암'과는 다른 칸에 놓입니다. 그래서 기록을 확인할 때는 '잔존'이라는 단어 하나가 아니라, 그 뒤에 붙은 판단(경과관찰·재검·추가 치료 권유)과 그 판단을 환자에게 설명했다는 기록이 함께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둘째 축은 계약 해지와 보험금 지급이 반드시 같이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 상법에는 알리지 않은 사실과 실제로 발생한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보험금 지급 책임은 남는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습니다. 갑상선에서 시작한 병과 담관(쓸개관)에서 새로 생긴 병처럼 기원이 다른 암은 의학적으로 서로 다른 질환으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개별 사안에서 인과관계를 어떻게 볼지는 진료기록과 심사·감정 결과에 따라 달라지므로, 어느 쪽이 옳다고 미리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보험회사가 어떤 사실을, 어떤 근거로, 이번 진단과 연결지었는가'가 통보서에 문장으로 적혀 있는지입니다.

셋째 축은 시간입니다. 청약일, 보장 개시일, 증상이 나타난 날, 첫 소견을 들은 날, 최종 진단일, 그리고 해지를 통보받은 날을 한 줄에 세워 보십시오.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해지에는 기간 제한이 있고, 회사가 그 사실을 안 때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지할 수 없다는 취지의 규정도 있습니다. 또한 간편심사 상품은 질문 항목 자체가 제한적입니다. 최근 몇 개월 이내의 진료, 몇 년 이내의 입원·수술, 몇 년 이내의 중대질병 진단처럼 기간과 항목이 정해져 있고, 묻지 않은 사항은 원칙적으로 알릴 의무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청약서와 '계약 전 알릴 의무 질문표' 사본을 먼저 확보하는 일이 첫 단추가 됩니다.

순서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① 해지 통보서에서 회사가 위반이라고 본 항목 번호와 사실 관계를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② 청약서·상품설명서·질문표 사본을 요청합니다. ③ 과거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수술기록지, 조직검사(병리) 결과지, 영상 판독지, 외래 경과기록을 발급받아 '잔존'이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확인합니다. ④ 현재 주치의에게 두 질환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 소견서로 남겨 달라고 요청합니다. ⑤ 그래도 견해가 좁혀지지 않으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는 제도 등 공적인 절차를 알아봅니다. ⑥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수술·항암 등 치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병원 사회사업팀이나 암환자 상담 창구에 의료비 지원 제도를 함께 문의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 다툼의 목적이 '누가 옳았는가'를 가리는 데만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서류는 며칠 늦어도 되지만 치료는 그렇지 않습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서류를, 다른 한 사람이 진료 일정을 맡아 역할을 나누면 두 가지가 서로를 밀어내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별 진료나 법률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몸 상태와 치료 계획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고, 보험 분쟁에 대해서는 공적 상담 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함께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