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나 잇몸, 입안 점막에 생긴 암으로 수술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정작 먼저 듣는 말이 '치과부터 다녀오셔야 합니다'인 경우가 있습니다. 하루가 급한 마음에는 이 한 줄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암을 떼는 일이 먼저지 왜 이를 뽑는 일이 앞에 오느냐, 그것도 몇 개씩이나 뽑아야 한다니 이 병원이 유난한 것은 아닌가 싶어집니다. 그러나 두경부암(head and neck cancer)에서 치료 전 치과 평가와 전처치(dental clearance)는 특정 병원의 방침이 아니라 여러 진료 지침이 공통으로 두고 있는 순서에 가깝습니다.

이유를 하나로 말하기는 어렵고, 최소한 세 갈래가 겹쳐 있습니다. 첫째는 수술과 마취의 안전입니다. 전신마취를 위해 입을 벌리고 기관 내로 관을 넣는 과정에서 심하게 흔들리는 치아나 헐거운 보철물은 빠져 기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 종양을 떼어낼 범위, 절제연을 확보하는 자리, 턱뼈를 다시 잇는 금속판이 놓일 자리가 기존 치아·임플란트와 겹치면 수술 계획 자체가 달라집니다.

둘째는 수술 뒤에 이어질 방사선치료입니다. 방사선이 지나간 턱뼈는 혈액 공급과 회복하는 힘이 오래 떨어져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이를 뽑거나 잇몸을 절개하면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뼈가 노출되는 방사선골괴사(osteoradionecrosis, ORN)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험이 0이 되는 시점은 사실상 없고, 치료가 끝난 뒤 몇 년이 지나서도 남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치아라면 방사선이 들어가기 전에 정리해 둔다'는 판단이 앞으로 당겨지는 것입니다.

셋째는 영상과 치료계획입니다. 금속 보철물은 CT에서 금속 인공음영을 만들어 병변의 경계를 읽는 데 방해가 되고, 방사선 선량을 계산할 때도 변수가 됩니다. 금속 주변에서 흩어지는 방사선이 바로 옆 점막의 염증을 키우기도 해, 치료 중 입안에 끼우는 보호장치(스페이서)를 따로 만들기도 합니다.

임플란트가 특히 까다로운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임플란트는 자연치와 달리 뼈에 붙어 있는(골유착) 구조여서, 제거하는 일이 곧 뼈를 건드리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있으면 무조건 다 뺀다'가 원칙인 것도 아닙니다. 어떤 임플란트는 위쪽 보철물만 떼어 두고 몸통은 남기기도 하고, 방사선이 많이 들어갈 구역에 있는지, 잇몸에 염증이 있는지, 환자가 스스로 닦아 관리할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이 갈립니다. 병원마다 뽑자는 개수가 다르게 나오는 것도 실력 차이라기보다, 세워 둔 절제 범위와 방사선 계획이 서로 달라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몇 개를 뽑느냐'로 병원을 비교하기 전에, 같은 질문을 순서대로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방사선치료가 계획에 들어 있는지, 들어 있다면 어느 범위에 들어가는지. 이 치아·임플란트가 선량이 높은 구역에 있는지. 지금 남겨 두면 나중에는 왜 빼기 어려워지는지. 발치한 자리가 아무는 데 며칠이 필요하고 그것이 수술이나 방사선 시작일을 얼마나 미루는지. 대개 발치 뒤 2주 안팎의 치유 기간을 두고 다음 단계를 잡지만, 뽑은 개수와 잇몸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두 번째 의견을 들으러 갈 때도 이 답변들을 적어 가면 비교의 축이 생깁니다.

전처치를 마친 뒤에는 관리가 남습니다. 침샘이 방사선 범위에 들어가면 입이 마르는 구강건조증(xerostomia)이 오래가고, 침이 줄어든 입에서는 충치가 평소보다 빠르게 번집니다(방사선 우식). 불소 도포나 불소 트레이 사용, 하루 여러 차례 생리식염수나 중탄산나트륨 물로 헹구기,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가글, 부드러운 칫솔 사용이 기본으로 권해집니다. 턱 근육이 굳어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 개구장애(trismus)를 막기 위한 개구 운동도 치료 중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금연과 절주는 치유와 재발 양쪽에 걸립니다.

치료가 다 끝난 뒤에도 챙겨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새로 가는 치과에서는 방사선 이력을 모릅니다. 진료 전에 '두경부에 방사선치료를 받았고, 어느 부위에 언제 받았는지'를 먼저 말해 두어야 발치나 임플란트 결정이 달라집니다. 잇몸 밖으로 뼈가 비쳐 보이거나, 낫지 않는 통증과 냄새·고름이 이어지거나, 턱이 저리고 감각이 무뎌질 때는 다음 정기검진을 기다리지 말고 치료받은 곳에 알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료 정보이며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발치 범위와 시기, 치료 순서는 종양의 위치와 병기, 방사선 계획,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 및 치과 진료팀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